삼중음성 유방암은 호르몬이나 유전자(HER2)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방암이다. 항암제에 일부 반응하더라도 재발이 많고 암의 진행이 빨라, 무진행 생존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이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암 치료 후 암이 새롭게 진행(악화)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의 김성배 교수(사진)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AKT' 표적치료제의 병용요법이 항암제로만 치료한 환자보다 무진행 생존기간을 2배 연장시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항암치료 외에 표적치료 방법이 없었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분야에서 AKT 표적치료의 효용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결과는 세계 3대 임상 암 연구 관련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과 관련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 전체 유방암의 약 60~70%를 차지한다. 'HER2' 특이 유전자 증폭과 관련된 HER2 유방암이 20%, 삼중음성 유방암이 나머지 15~20%다.
김성배 교수팀은 항암치료 후 1년 이내에 재발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대상 무작위 임상 2상 연구에 참여했다. 암 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호경로 중 하나인 'AKT'를 억제하는 약제(이파타설팁)를 이용한 임상이다. 이파타설팁은 제넨텍에서 개발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이번 임상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8개국 44개병원에서 124명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62명에게는 AKT 억제제와 항암치료제 '파클리탁셀'을 함께 병합해 치료했고, 대조군인 62명의 환자들에게는 항암치료제만으로 치료를 시행했다.
병합치료를 시행한 군에서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이 6.2개월이었고, 항암제 치료만 받은 군은 4.9개월이었다. 특히 AKT 신호경로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을 선별한 결과, 병합치료를 받은 환자 26명의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이 9개월로 항암치료만 받은 환자 16명의 4.9개월보다 약 2배 길었다. 표적치료제를 투여한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은 설사였고, 사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향후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삼중음성 유방암뿐 아니라,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에서도 AKT 억제제의 효과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의 교신저자인 김성배 교수는 "치료 전 차세대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PI3K-AKT-mTOR' 신호경로에 이상이 있는 유방암 환자를 선별할 수 있고, 이러한 환자에서 AKT 표적치료의 효과가 탁월했다"며 "무엇보다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