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GDP 규모에 육박…각종 대책에도 급증세 안 꺾여

국내 가계가 짊어진 빚이 급증세를 이어가 1천400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종합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그동안 내놓은 여러 차례의 대책도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데 실패한 상황이어서 효과는 미지수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을 발표한다.

가계신용은 국내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과 아직 결제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가계가 진 빚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한은이 공식 발표한 지난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359조6천538억원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4∼6월의 가계부채 증가액 속보치 24조9천억원을 합치면 6월 말 현재 금융권의 가계부채는 약 1천384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7월 증가액 9조5천억원을 더하면 지난달 말 현재 가계부채는 1천394조원 수준이다.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금액은 분기별 증가액이 600억∼4조8천억원으로 계절적 편차가 크기 때문에 추정하기 어렵지만, 이를 합치면 지난달 말까지 가계가 짊어진 빚이 1천400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가계가 가진 빚의 규모가 우리나라의 1년 치 국내총생산(명목 GDP, 1천637조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이미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8%로 1년 전인 2015년 말 88.1%에 비해 4.7%포인트 상승했다.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은 노르웨이(6.3%포인트)와 중국(5.6%포인트)에 이어 BIS가 자료를 집계하는 세계 43개국 중 세 번째로 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3개국 중 8위였다.

급증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가계신용의 추가적인 증가는 경상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65.9%를 넘어선 2011년 2분기부터 가계지출을 감소시키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여러 가지 대책에도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응해왔고 대출규제가 포함된 부동산 관련 대책도 연달아 발표해왔지만 가계부채의 급증세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전·월세 가격 상승, 저금리 장기화, 소득개선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가계부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종합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부채 급증세를 막는 방안과 함께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 가계의 소비 위축을 방지할 방안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안정센터의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총량관리 목표설정 기간을 가급적 길게 잡아야 하며 가계의 소득 증가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