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갈등에 아시아 증시 중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가 가장 크게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커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 주가가 하락한 게 영향을 미쳤다.

지난 11일 홍콩H지수는 1.94% 하락한 10,572.97에 장을 마쳤다. 2일 연중 최고치(11,055.4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북·미 갈등이 불거진 8일 이후 사흘 동안 4.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3.1%), 중국 상하이지수(-2.2%) 등 다른 아시아 지역 증시보다 낙폭이 컸다.

홍콩H지수는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글로벌 변수가 생기면 다른 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더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변경록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을 합친 매매 비중이 77%에 달한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사태 때도 중국 본토 증시보다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홍콩 증시 시가총액 1위인 텐센트의 주가 부진도 홍콩H지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텐센트 주가는 최근 사흘간 6.6% 떨어졌다. 홍콩H지수가 기초자산에 포함된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자들은 지수의 향방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홍콩H지수 ELS는 2015년 큰 인기를 끌었다. 전체 ELS 발행 잔액 중 55%를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홍콩H지수가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접어든 ELS 규모가 8조원까지 불었다.

올 들어 지수가 회복되면서 만기가 돌아온 ELS는 대부분 상환됐지만 아직 원금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홍콩H지수 ELS 잔액도 2조4274억원에 달한다. 이들 투자자 대부분은 내년 4~5월에 만기가 돌아온다. 지금 같은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