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29)는 가방 앞주머니에 휴지와 물티슈를 꼭 넣고 다닌다. 맵거나 짠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신호가 와 화장실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하루에 적어도 4~5번은 화장실에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염증성 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6909명으로 4년 전 4만4453명에 비해 28% 증가했다. 최씨처럼 화장실을 지나치게 자주 가는 사람들이 염증성 장질환으로 판명되는 사례가 많다. 강상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젊은 사람들일수록 복통이나 설사병으로 가볍게 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이 어느 순간 완화되는 것 같다가 다시 악화되는 패턴이 반복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과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병원에서 진료받은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3만8000명, 크론병 환자는 1만9000명가량이었다. 염증성 장질환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장 점막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염증성 장질환에 걸리면 주로 만성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쇠약감 등에 시달리게 된다. 혈변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반면 치질, 치루 등 항문 주위 질환은 크론병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장협착이나 누공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론병이 더 크다.

강 교수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서서히 진행해 장협착, 천공, 대장암 발생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완치는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확실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특별한 예방법이 따로 없다. 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가급적 채식 위주 식단을 차리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피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