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국제관계 재인식 하자는 메시지”함축
소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오키나와에 끌려간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한국인 천재 식물학자와 아름다운 오키나와 간호사간의 애타는 사랑 이야기가 줄기를 이룬다.
주인공 ‘서이수’는 한국의 각 지방에서 징용된 6500여명의 군부들과 함께 오키나와 나하항에서 고사포진지 등으로 대포와 군수품을 나르는 피나고 힘겨운 일에 동원된다.
미군의 나하 대공습으로 죽을 위기를 맞은 주인공은 오키나와 무덤인 귀갑묘안에 뛰어들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뒤이어 귀갑묘로 뛰어 들어온 생기 넘치고 날씬한 ‘우타’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무덤 속에서 처음 만난 군부와 간호사는 무덤 밖으로 벗어나자 아무런 자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은 한계상황 속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지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으려 애쓴다. 두 주인공은 미군의 포로가 된 후 미국 종군기자 어니파일의 도움으로 각자 자신의 위치를 되찾아 오키나와 자마미 섬의 주민들이 집단자결을 하는 걸 막는데 사투를 벌이고, 일본군에 의해 아사마을 방공호에 갇혀있던 한국인 위안부를 모두 구출한다.
이 소설은 관계자들의 면담기피 및 항의에도 불구, 등장인물 대부분을 실명(實名)으로 썼으며, 시점과 장소도 사실 그대로다.
이 소설에서 처음 밝혀지는 것이지만, 일본군이 싱가포르에서 영국군을 항복시킨 뒤 1주일간 현지 중국 상인 및 가족 8600명을 살해하는데, 그 과정에서 임문경 등 중국계 갑부들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당시 돈 5000만 달러와 뒷돈을 요구한다.
서이수의 직속상관이자 싱가포르전투에 참가했던 이치카와 중대장에 따르면 이때 현금이 모자란 중국 상인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금괴를 비롯 다이아몬드 등 숨겨뒀던 고가의 보석들을 모두 털어 일본군에 바쳤다고 한다.
현지 일본군사령관 야마시타는 금괴를 제외한 고가 보물을 싱가포르 산욘섬에 비밀리에 감췄다가 천황에게 이를 바치기 위해 일본으로 수송하던 중 미군의 공격에 막혀 오키나와 자마미 섬에 비밀리에 매장한다.
이 매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해 익사하거나 사살되지만 주인공 서이수만 산호초에 몸을 숨겨 살아남는다. 지금, 이 보물은 어디에 있을까?
다큐소설 ‘오키나와’의 저자 이파(李波,필명)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과 보물이라는 욕망의 극치 앞에서도 휴머니티를 잃지 않은 식물학자 서이수를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밝힌다.
그는 “이 소설은 재미있는 러브스토리이지만, 읽다보면 미국 중국 일본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국제관계를 재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작가는 한국경제신문 기자, 중소기업연구소장, 교수, 일본펀드 사장 등을 거쳐 현재 아시아협력기구(ACO)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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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 한경닷컴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