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등 기존 사업보고서 수치를 일정 규모 이상 수정해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아야 하는 상장사 수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여파로 회계법인들이 이전보다 깐깐하게 기업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혐의감리 대상 상장사 수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매년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정정 신고한 기업 가운데 정정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기업에 대해 감리를 한다. 회계 처리에 오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에서 ‘혐의감리’라고 부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상 기업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올해 혐의감리를 받는 기업 수가 지난해의 두 배를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해당 기업을 대상으로 다음달 초부터 감리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 혐의감리 대상 기업이 급증한 것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분식회계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1년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딜로이트안진의 일부 임직원은 최근 재판(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감사인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짐에 따라 회계법인들이 기업 감사를 할 때 이전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금감원은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회계감리 주기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지금은 국내 상장회사 한 곳당 회계감리 주기가 25년에 달한다. 특별한 혐의가 없는 한 25년에 한 번씩 감리를 받는다는 의미다. 미국 등 선진국의 감리주기는 3~10년 정도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