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발칸반도의 휴양도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에메랄드빛 아드리아해 따라 천년의 낭만이 흐른다
'꽃보다 누나'들이 사랑한 곳, '때묻지 않은 자연'에 취하다
'꽃보다 누나'들이 사랑한 곳, '때묻지 않은 자연'에 취하다

![[여행의 향기] 발칸반도의 휴양도시](https://img.hankyung.com/photo/201708/AA.14451283.1.jpg)
발칸반도의 많은 매력 중 하나는 아드리아해가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흐르는 이 청아한 바다는 1년 내내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며 쉴 새 없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800㎞ 길이의 아드리아 해역을 따라 수많은 미항이 이어지는데 그중 몬테네그로 코토르는 단연 최고의 풍경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바다뿐 아니라 낭만이 넘쳐 흐르는 구시가지 골목, 오랜 역사를 가진 중세 성곽이 도시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도시 중심에 있는 성문을 지나는 순간 중세시대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성문 안쪽엔 9세기에 지어진 성 트뤼푼 성당과 10세기에 지어진 성 루카 교회를 필두로 천년의 시간을 품은 건물이 즐비하고 15세기 무렵에 건설된 시계탑과 궁전이 솟아 있다. 정감 넘치는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붉은색의 지붕을 가진 옛 건물들이 몸을 부대끼며 여행자의 마음에 설렘을 안긴다. 문자 그대로 천년의 골목이라 불리는 코토르의 구시가지엔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은 감동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에 아무런 이견을 달 수 없는 모습이다.


테레사 수녀의 고향으로 더 잘 알려진 마케도니아엔 발칸반도에 사는 이들에게조차 꿈의 휴양지로 통하는 호수 마을, 오흐리드가 있다. 오흐리드 호수엔 오래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 내용이 꽤나 재미있다. 아주 먼 옛날 거인이 하늘에서 던진 꽃이 오흐리드에 닿아 호수로 변했다는 전설인데, 허무맹랑하게 들릴 법한 전설이 당연하게 느껴질 만큼 호수의 모습이 수려하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호수 전체가 거대한 유리판에 덮여 반짝이는 듯 물빛이 맑고 깨끗하다. 게다가 ‘바다처럼 넓은’이란 빤한 표현이 어울릴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마케도니아를 넘어 알바니아까지 이어지는 오흐리드 호수의 면적은 350㎢에 달하며 깊이는 290m에 이른다.

뜨거운 발칸반도의 태양이 나른함을 안겨준다면 호숫가 잔디 위에 누워 낮잠에 빠져드는 것도 오흐리드를 한껏 즐기는 방법이다. 푸른 호수를 한껏 품었던 두 눈이 스르르 감길 때쯤이면 내일도 모레도 이러겠노라 절로 다짐을 하게 된다.

크로아티아는 최근 들어 서유럽을 위협할 만큼 발칸반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발돋움했다. 한 나라 안에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시가 여럿 있기 때문인데, ‘꽃보다 누나’들이 열광했던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두브로브니크나 만화처럼 깜찍한 풍경이 이어지는 수도 자그레브, 세계 3대 미항에 끼워 넣어도 무리가 없을 항구도시 스플리트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런 쟁쟁한 후보들을 뒤로하고 개인적으로 크로아티아 최고의 풍경이라 생각하는 곳은 바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이다. 호수 16개와 폭포 100여 개가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 그래서 별명조차 ‘요정들의 숲’으로 붙은 곳인 플리트비체는 심지어 크로아티아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이다. 20만㎡에 이르는 거대한 국립공원이지만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공원에 입장함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지는 호수부터가 비현실적으로 투명하기 때문이다.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건 둘째치고 호수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물이 맑다. 그 맑음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물속으로 뛰어들면 지금껏 지은 죄가 모두 씻겨 나갈 것만 같다. 하지만 수영은커녕 호수에 발을 담그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플리트비체가 빚어낸 순수한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방문객의 수영, 낚시, 취사가 금지되고 애완동물 출입까지 철저히 통제된다. 산책로와 표지판 등 공원 내 모든 시설물이 나무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공원엔 10여 개의 트레킹 코스가 존재하는데 2시간 코스부터 8시간 코스까지 자신의 체력과 기호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게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공평하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평의 호수와 수직의 폭포가 시원스레 몸을 섞으며 시각적 황홀함을 선사하고 그 풍경을 울창한 숲이 품고 있다. 그 사이에서 울려 퍼지는 새들의 노랫소리와 폭포가 뿜어내는 청량감 넘치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시각적뿐만 아니라 분명 청각적으로도 아름다운 곳임을 느낄 수 있다.
아픔을 간직한 오래된 다리 ‘보스니아 스타리 모스트’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라는 외우기조차 힘든 긴 이름을 가진 이 나라는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할 당시 북부의 보스니아 지역과 남부의 헤르체고비나 지역이 합쳐지며 독립국가가 됐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도 ‘인종청소’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등장할 정도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땅이라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많이 목격되는 곳이다. 제2의 도시이자 독립 후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모스타르도 예외는 아니다. 시내 곳곳엔 총탄의 흔적이 남아 있고, 양지바른 곳엔 어김없이 희생자들의 공동묘지가 들어서 있다. 그러나 관광의 중심지인 구시가지는 많은 복원 작업을 거친 끝에 전쟁의 상흔이 희미해졌다.


▶▶▶여행 정보
현재 발칸반도 국가로 이어지는 국내 직항편은 없다. 이탈리아 로마까지 직항을 이용한 뒤 육로를 이용해 슬로베니아로 들어가거나, 터키 이스탄불까지 직항으로 이동한 뒤 역시 육로를 이용해 불가리아로 들어가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위에 언급된 일곱 나라는 원래 유고슬라비아라는 하나의 나라였기에 각국을 오가는 버스가 많아 육로 이동이 쉬운 편이다. 다만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여전히 앙금을 풀지 못해 양국의 왕래는 국경 검문이 까다롭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전 세계의 절반가량만 독립을 인정한 미승인국으로,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은 인정하고 있다.
일곱 나라 중 유로를 사용하는 나라는 슬로베니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3개국이다. 크로아티아(쿠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마르카), 세르비아(디나르), 마케도니아(디나르)는 각각 자국 화폐를 사용한다. 물가가 크게 오른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유럽 국가임에도 물가가 무척이나 싼 편이다. 동남아시아 정도의 물가 수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발칸= 글·사진 태원준 여행작가 sneed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