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비정규직 일상화로 연 소득 4천만 원 미만 시대 도래
'뉴 이코노미컬층' 소비패턴 맞춰 새 판매 전략 세워야


"2020년에는 일본 전체 가구의 60%가 연간소득 4백만 엔(약 4천만 원) 미만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이 나와 일본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거품 경제기를 제치고 2차 대전 후 3번째로 긴 회복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공식 경기진단과 너무 동떨어진 예측이기 때문이다.

NHK에 따르면 일본 최대의 식품 도매업체인 '미쓰비시(三菱) 식품은 최근 도쿄(東京)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는 상대적으로 서민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연간소득 400만 엔 이하 가구가 전체의 60%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식품 도매업은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가공식품과 냉동식품, 제과, 주류 등의 메이커에서 물건을 사들여 슈퍼와 편의점 등에 판매하는 사업이다.

물건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도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다.
일본, 2020년엔 연 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 60% 넘는다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국민생활기초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4년 연간소득 "400만 엔 미만" 가구는 전체의 34%였다.

2015년에는 이 비율이 47%로 높아졌다.

그런데 미쓰비시 식품은 독자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비율이 2020년에 더욱 높아져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2020년엔 연 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 60% 넘는다
소비자 행동을 연구해온 이 회사 하라 마사히로 마케팅 본부장은 그 이유로 고령자 가구 증가와 비정규직의 일상화, 미혼 가구 증가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들 연간소득 400만 엔 미만 가구를 "뉴 이코노미컬층"으로 명명했다.

미쓰비시 식품은 거래하는 점포의 매출액 통계 등을 토대로 일반 소비자의 소비 행동과 패턴을 분석해왔다.

10여 년 전부터는 여기에 주부들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표본으로 선정한 가정의 냉장고 속 내용물을 정기점검하는 등의 독자적인 방법을 추가해 조사를 계속해 왔다.

이런 일련의 조사에서 "연간소득 400만 엔 미만(액면)" 가구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하라 본부장은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이후 장차 일본이 어떻게 성장해 갈지 막연한 불안이 있는 가운데 연 소득 400만 엔 미만 가구가 전체의 과반을 넘게 될 것"이라면서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라는 게 직접 조사·분석하면서 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3년간 약 6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모니터 요원 1천 명의 식사 등을 분석한 결과 뉴 이코노미컬층의 특기할만한 경향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첫 번째 특징은 "강한 절약지향"이다.

설문조사에서 보면 "외식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거나 "고기는 기본적으로 사지 않는다.

특별히 싸게 팔 때 닭고기는 산다", "인터넷에서 슈퍼 광고를 보고 가장 싼 곳을 찾는다" 등 일상생활비 지출을 억제하려는 의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특징은 "마음에 들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걸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스킨케어는 '나 다움'을 지키기 위한 보루", "건강을 위한 기능식품 등 건강 관련 식재료는 산다"는 대답이 많았다.

"남편의 취미인 벤츠차는 유지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아 보통 때는 절약하지만, 마음에 드는 건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행동을 보이는 게 뉴 이코노미컬층의 모습이라고 한다.

이런 뉴 이코노미컬층이 가까운 장래에 소비의 중심이 된다는 것. 미쓰비시 식품은 이런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달 거래처 대상 전시회에서 선보인 "규격 외 야채 유효활용방안"이다.

너무 크게 자라 외관이 좋지 않아 통상적인 유통 루트로는 판매할 수 없는 야채는 싸게 살 수 있다.

이렇게 산 야채를 슈퍼 등 가게에 그대로 전시하는 게 아니라 흙을 넣은 큰 식재 상자에 심어 작은 농장 같은 코너를 마련, 소비자들이 직접 수확하는 체험을 해보게 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 2020년엔 연 소득 4000만원 미만 가구 60% 넘는다
NHK는 당장은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가 더욱 좋아질지 모르지만, 올림픽 이후의 성장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 올림픽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일본 업계가 마주한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