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최연소 오르간 연주자가 탄생했다. 23세의 청년 올리비에 라트리(55·사진)였다. 오랜 전통과 권위가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파격적인 시도에 세계 애호가의 관심이 집중됐다.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즐기는 젊은 음악가가 성당 오르간 연주자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32년 후인 지금까지도 라트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상임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종교적 선율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 각국을 다니며 다양한 색채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라트리가 오는 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9년 만에 내한공연을 연다. 바흐의 칸타타 29번 중 ‘신포니아’부터 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 포레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드뷔시의 ‘가라앉은 성당’ 등 파이프오르간의 장엄한 음색을 즐길 수 있는 곡들로 구성했다.

라트리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에선 노트르담에서 늘 선보이던 자유로운 즉흥 연주는 물론 성당이란 공간적 제약 때문에 하지 못한 연주까지 마음껏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즉흥 연주는 오랜 전통으로 자리잡았다”며 “관객이 좋은 멜로디를 하나씩 생각해오면 그중 하나를 골라 멋진 즉흥연주를 들려드리겠다”고 했다. 라트리는 또 “노트르담 성당에선 종교적 이유로 하차투리안의 ‘칼의 춤’이나 파야의 ‘불의 춤’ 같은 화려한 곡을 연주하지 못한다”며 “이번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서 신나게 이런 곡을 연주할 수 있어 벌써 설렌다”고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간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세기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순수한 영혼이 늘 함께해온 공간이 노트르담 성당”이라며 “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당의 오르간은 세계 최고의 악기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런 이유로 “3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노트르담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처음처럼 느끼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은 그에게 매우 친근한 나라다. 한국인 오르간 주자 이신영이 그의 부인이기 때문. “한국과 한국 문화는 제 인생의 일부예요. 1년에 평균 한 번은 오고 더 자주 올 때도 있죠. 11월에도 대구에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