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는 공장] 한물간 주력산업…中 전방위 추격에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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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생산 성장세 2013년 이후 줄곧 0%대…반도체 착시에 심리만 회복세
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쇠약에도 차세대 산업 부재
정책팀 =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한국 경제에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울리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추락했던 제조업 생산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침체는 수년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섬유·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한국 경제의 주력으로 꼽혔던 산업들은 중국의 부상, 공급 과잉 등 한계에 부딪히며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앞날도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반도체를 이을 차기 주력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산업 중에서도 변동성이 심한 대표적 품목이다.
자칫 반도체 경기마저 꺾일 경우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 제조업 성장세 0%대 고착…반도체 '착시효과'로 심리만 회복세
3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2013년 0.7% 증가한 이후 답보만 거듭하고 있다.
2014년에는 증가폭이 0.3%로 줄었고 이듬해에는 아예 0.3% 뒷걸음질 쳤다.
제조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2009년 0.2%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에는 1.0% 늘며 외형적으로는 0%대 성장을 벗어났지만 전년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 탓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지는 못했다.
지난 2분기 제조업 생산도 1년 전보다 0.5% 증가에 그치는 등 제조업 부진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맥빠진 제조업의 현실은 저조한 평균 가동률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년 동기보다 1.6% 하락한 71.6%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들이닥친 2009년 1분기(66.5%)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실과 반대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대심리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조세에 기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제조업 생산이 1.0% 증가하는 동안 반도체 생산만 무려 20.8%나 늘어나면서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은 이미 어려웠었는데 최근 반도체 성과에 가려져 있다"면서 "수출 제조업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주력산업의 잇따른 추락…해외공장 이전 러시
제조업이 예전과 비교해 부진을 벗지 못하는 것은 우선 한국 경제 자체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탓이 크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014년(3.3%) 한해만 제외하고 모두 2%대에 머물렀다.
새 정부가 임기 내 '3% 성장능력 유지'를 정책 목표로 내건 것도 이같은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강력한 생산유발 효과로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한 점도 제조업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칼바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선박과 항공기, 철도차량을 만드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년 전보다 무려 22.2%나 줄어들어 역대 최고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철강·석유화학은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에 이은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화·철강은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선점한 제조업 시장을 상당 부분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점도 한국 제조업의 쇠퇴를 당긴 요인이다.
한국 제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상당수 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중국은 최근 삼성을 능가하는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를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제조강국' 건설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 행렬도 한국의 제조업을 흔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처음에는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해서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현지에서 조달을 하게 된다"며 "결국 해당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3·4차 업체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앞으로도 좋지 않다…차세대 먹거리 찾아야
지금의 제조업 위기가 당장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미래는 더 암울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제조업 불황은 오랜 기간 계속된 산업 생태계 문제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글로벌 생산 과잉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냉정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생산을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생산 과잉인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철강·화학 구조조정이 미흡하고, 반도체는 좋지만 스마트폰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내놓는 최저임금 정책 등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태윤 교수는 "최근 에너지 관련 정책, 최저임금 정책 등은 제조업에 부담스러운 것들"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제조업 기업들도 새로운 형태로 투자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 제조업의 주력인 반도체가 꺼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용 제조업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해외수요에 종속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 중심의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민간 소비를 먼저 끌어올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낙후됐던 중소 개인 자영업에 대한 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철강·조선 등 주력산업 쇠약에도 차세대 산업 부재
정책팀 = 제조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한국 경제에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잇따라 울리고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추락했던 제조업 생산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침체는 수년간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섬유·철강·석유화학·조선 등 한국 경제의 주력으로 꼽혔던 산업들은 중국의 부상, 공급 과잉 등 한계에 부딪히며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문제는 앞날도 그렇게 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반도체를 이을 차기 주력산업은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는 정보기술(IT) 산업 중에서도 변동성이 심한 대표적 품목이다.
자칫 반도체 경기마저 꺾일 경우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는 우리 경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다. ◇ 제조업 성장세 0%대 고착…반도체 '착시효과'로 심리만 회복세
3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은 2013년 0.7% 증가한 이후 답보만 거듭하고 있다.
2014년에는 증가폭이 0.3%로 줄었고 이듬해에는 아예 0.3% 뒷걸음질 쳤다.
제조업 생산이 감소한 것은 2009년 0.2%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처음이었다.
지난해에는 1.0% 늘며 외형적으로는 0%대 성장을 벗어났지만 전년 생산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 탓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지는 못했다.
지난 2분기 제조업 생산도 1년 전보다 0.5% 증가에 그치는 등 제조업 부진은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다.
맥빠진 제조업의 현실은 저조한 평균 가동률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년 동기보다 1.6% 하락한 71.6%를 기록,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들이닥친 2009년 1분기(66.5%)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현실과 반대로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기대심리는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조세에 기인한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제조업 생산이 1.0% 증가하는 동안 반도체 생산만 무려 20.8%나 늘어나면서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은 이미 어려웠었는데 최근 반도체 성과에 가려져 있다"면서 "수출 제조업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주력산업의 잇따른 추락…해외공장 이전 러시
제조업이 예전과 비교해 부진을 벗지 못하는 것은 우선 한국 경제 자체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탓이 크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2014년(3.3%) 한해만 제외하고 모두 2%대에 머물렀다.
새 정부가 임기 내 '3% 성장능력 유지'를 정책 목표로 내건 것도 이같은 저성장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강력한 생산유발 효과로 한국 경제를 견인하던 조선·철강 등 주력산업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대상으로 추락한 점도 제조업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따른 칼바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선박과 항공기, 철도차량을 만드는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의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1년 전보다 무려 22.2%나 줄어들어 역대 최고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철강·석유화학은 글로벌 시장 공급 과잉으로 조선업에 이은 다음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유화·철강은 더 잘 지켜봐야 한다"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 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선점한 제조업 시장을 상당 부분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점도 한국 제조업의 쇠퇴를 당긴 요인이다.
한국 제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중국은 이미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며 상당수 산업에서 한국을 따라잡았다.
중국은 최근 삼성을 능가하는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를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제조강국' 건설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 공장의 해외 이전 행렬도 한국의 제조업을 흔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 처음에는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해서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현지에서 조달을 하게 된다"며 "결국 해당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던 3·4차 업체도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앞으로도 좋지 않다…차세대 먹거리 찾아야
지금의 제조업 위기가 당장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미래는 더 암울하다.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현재 진행 중인 제조업 불황은 오랜 기간 계속된 산업 생태계 문제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글로벌 생산 과잉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성장에 한계가 있는 분야는 냉정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생산을 늘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생산 과잉인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철강·화학 구조조정이 미흡하고, 반도체는 좋지만 스마트폰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가 내놓는 최저임금 정책 등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성태윤 교수는 "최근 에너지 관련 정책, 최저임금 정책 등은 제조업에 부담스러운 것들"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제조업 기업들도 새로운 형태로 투자하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한국 제조업의 주력인 반도체가 꺼지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수출용 제조업 기업이 많았기 때문에 해외수요에 종속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 중심의 제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민간 소비를 먼저 끌어올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낙후됐던 중소 개인 자영업에 대한 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