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다시 쓰는 등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조정다운 조정없이 가파르게 치솟은 만큼 “이젠 쉬었다 갈 때도 됐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수치와 통계를 활용한 ‘기술적 분석’ 상으로는 아직 과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강세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최소 2700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직 이렇다 할 ‘시세 분출’이 없었던 만큼 ‘고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코스피 과열 징후 없어”

코스피지수는 27일 8.73포인트(0.36%) 오른 2443.24에 장을 마쳤다. 지난 13일 2400을 넘은 뒤 8거래일 연속 상승한 다음 이틀간 숨을 골랐다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2108억원어치를 비롯해 4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지만 기관(3597억원)의 순매수가 2400선 회복을 이끌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변심’에 따른 조정장 진입 예상을 내놓고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승 추세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 ‘기술적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자기자본투자(PI)사업본부 본부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이격도율을 기준으로 과열 징후를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이란 주가와 거래량의 과거 흐름을 분석해 미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차트를 통해 추세나 패턴을 찾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 전문가들을 차티스트(chartist)라고도 한다. 이동평균선은 일정 기간 동안의 주가를 산술 평균한 값을 연결해 만든 선이다. 이동평균선과 현 주가 간 격차가 이격도다. 갑자기 주가가 급하게 뛰면 이격도가 벌어지고 이격도율이 높아진다.

지 본부장은 “통상 20일 이동평균선과의 이격도율이 106% 이상이거나 60일 이동평균선과 110%가 넘는 격차를 보이면 과열로 판단한다”며 “현 시점의 이격도율은 20일선이 102%, 60일선은 104%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2011년부터 이어진 박스권(1800~2200)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진입한 만큼 지난 6년간의 최고점과 최저점 격차(500포인트)만큼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강세장에서 종가 기준 2700, 장중으로는 2800 근처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추세를 보려면 60주 이동평균선을 보라고 조언했다. 2004년이나 2007년 강세장 때 60주 이격도율 고점은 125%였다. 정 연구원은 “현재 60주 이격도율이 115% 정도로, 이 기준에서 보면 10%가량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며 “주가가 상승하면 이동평균선도 따라 오르는 만큼 앞으로 1년 동안 3000까지 가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장 이어질 것”

연초 대비 지수가 상승세지만 그 속도는 과거 강세장에 비해 더디다는 게 기술적 분석가들의 판단이다. 이렇다 할 ‘분출’이 없었기 때문에 조정도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정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4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올랐지만 5월부터 이달 초까지는 상승폭이 확 줄어든 ‘강세 조정’장이었다”며 “장이 정말 강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차트상으로 ‘헤드-앤드-숄더(머리와 어깨)’라고 불리는 삼봉천장형에서 아직 한쪽 어깨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지 본부장은 유럽이나 일본발 통화정책의 큰 충격이 없다면 내년 상반기까지는 큰 조정 없이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상승장을 이끈 외국인이 수조원 규모의 순매도로 확연히 돌아서거나 원화가치가 급락하면 조정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며 “지지선은 2370선 정도로, 그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본격 조정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