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보쉬 로이틀링겐 작업장 수습생에게 IT교육 의무화
전자·기계공학 등 통합 교육…산업현장 '기술격차' 줄여
로봇이 일자리 뺏는다?
새로운 직업 더 많이 생겨…교육방식도 발맞춰 진화
직업훈련 4.0 시대
4차 산업혁명 근원지인 독일에서는 스마트 공장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작업 환경이 180도 달라지면서 직업 교육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로봇이 동료 직원이 되면서 그들을 가르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습득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독일 정부와 기업은 이런 산업 현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먼저 일·학습 병행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통해 변화하는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맞춤 교육’하고 있다. 수습생들은 3년간 학교와 직업 현장을 오가며 이론과 실무를 함께 배운다.
보쉬는 독일 전역에 수습생을 훈련하기 위한 ‘미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제품 생산이 이뤄지는 생산 공장을 축소해 지은 시뮬레이션 공간이다. 독일 로이틀링겐 작업장 훈련 센터에서 만난 수습생들은 반도체 핵심 재료인 웨이퍼 생산 공정을 체험하고 있었다. 16~18세의 앳된 얼굴에 방진복을 차려입은 이들은 실리콘 소재가 600여 단계의 공정을 거쳐 하나의 웨이퍼로 생산되기까지의 과정을 단계별로 확인하고, 그 원리를 습득했다.
스마트 공장에서 서로 연결된 기계들은 끊임없이 데이터를 교환한다. 아파스 같은 협력형 로봇을 훈련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모든 수습생에게 IT 교육을 의무화하는 이유다. 보쉬 홈부르크 공장 수습생은 1년차 때부터 생산 현장에 투입된다. 제일 먼저 직원 개인의 숙련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컴퓨터 이용법을 배운다. 로봇 설정을 변경하거나, 태블릿 PC를 활용해 기계 정보를 조작하는 법도 배운다.
2년차 수습생 로라 캐스트너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통해 인더스트리 4.0의 개념을 손으로 느끼고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년간 교육을 마치고 나면 즉각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로 거듭난다. 통합적 사고가 중요
통합적 사고도 중요하다. 보쉬 수습생의 작업 분야는 기계공학, 전기공학, 기계·전기공학, 초소형 전자공학 분야로 나뉜다. 스마트 공장화로 각 분야 간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기계들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습생이 자신의 전공 분야 외에 나머지 세 분야에 대한 실습을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교육 시스템을 바꿨다. 웨이퍼 생산 공정을 연구하는 수습생이 기계 부품 조립도 함께 배워야 한다는 의미다. 발터 볼크 보쉬 로이틀링겐 교육 담당 부서장은 “수습생들은 단계별 현장 실습을 통해 각 분야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리는지를 파악하고, 다른 전문 분야 수습생들과 협력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며 “기계 부품처럼 일하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 공장 시대의 근로자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이 자동화되고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꿰차면서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슈미트 사이먼 보쉬그룹 교육부문 홍보 담당자는 “로봇 때문에 직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로봇 때문에 새로운 역할이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을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능력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스마트 공장 시대에도 생산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생산기술 전문가 등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로이틀링겐=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