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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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에 이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캐나다 등이 잇따라 통화정책의 정상화(긴축)를 시도하자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탄탄한 2분기(4~6월) 실적이 증시 반등의 발판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6월 美 고용지표 '매우 긍정적'…Fed, 자산축소 앞당길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발표된 미국 6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시장의 예상치(17만8000명 증가)를 크게 웃돈 22만2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정부 고용이 3만5000명 늘어낫지만, 이 증가분을 제외해도 18만7000명이 고용된 것이라서 상당히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예상치(2.6%)를 소폭 밑돌아 전년 동월 대비 2.5%를 기록, 6월 고용지표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됐다.

나중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미국의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나타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결과는 6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9월 자산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오는 9월을 포함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나 이코노미스트는 우려했다.

이번 주로 예정된 옐런 Fed 의장의 반기 의회 증언(12일)에 시장이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 자산가격에 대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긍정적인 6월 고용지표와 함께 미 Fed의 '9월 보유자산 축소'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고용지표가 Fed의 자산축소 시행에 필요한 모든 요건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6월 FOMC 의사록에서 나타났듯이 자산축소를 위해선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가 일시적인 것인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과 ISM(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지수 호조가 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지하겠지만, 통화긴축 속도를 유지하려면 임금상승과 소비증가로 인한 물가상승률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6월 소비자물가와 소매판매가 부진할 경우 통화정책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7월 ECB 통화정책회의, 꼭 체크해야 하는 이유

글로벌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주식시장에게 분명한 조정 압력이다. 긴축이 지속되면 유동성이 쪼그라들면서 자산가격이 조정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ed와 함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20일) 당일까지 시장 내 불안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 담당 연구원은 "6월말 드라기 ECB 총재의 테이퍼링 가능성 발언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리상승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뒤를 이어 캐나다, 영국, 유로존 등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시도 중인 가운데 여기에 매달 600억 유로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는 ECB가 나설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전략 담당 연구원은 다만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매파적 코멘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등하고 있지만 점차 진정될 것으로 본다"며 "당장 오는 12일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 중앙은행(Fed 제외)의 광범위한 완화정책이 일부 조절되는 정도"라고 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긴축 사이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 반등의 실마리를 찾아서…"방어력 큰 포트폴리오 짜야"

글로벌 중앙은행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가들은 코스피(KOSPI)의 반등을 점치고 있다. '증시 맏형' 삼성전자의 놀라운 영업실적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 긴축에도 글로벌 경기회복(리플레이션)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증시 조정보다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회복에 후행한 물가정상화를 감안 시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며 "정책 방향은 긴축이지만, Fed와 ECB 모두 '느린 속도'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어 경기회복에 우호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나온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가 증시 반등의 실마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주도주인 정보기술(IT) 업종의 고(高)평가 논란을 잠재운 데다 2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한대훈 시황·글로벌 담당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Fed의 매파적인 발언, 미국 기술주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낙관론 일색이던 증시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처럼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14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의 실적호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IT업종의 건재함을 재확인시켜 준 데다 하반기 국내 증시의 실적 추정치를 연초 대비 20% 이상 끌어올리면서 코스피의 실적 추정치를 정당화시켜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업종이 기업실적의 상향 조정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향후 증시가 악재를 딛고 반등할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는 게 한 연구원의 말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도 "반도체, IT하드웨어, 디스플레이 등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가시성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 방어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반대로 IT 업종이 아닌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수의 상승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