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사흘만에·美독립기념일 맞춰 발사…한·미 모두 겨냥

군 당국은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사흘만인 4일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다목적 의도가 깔린 도발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를 930여㎞가량으로 추정했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 미사일이 40여분간 비행해 동해상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올해 들어 2번째로 먼 거리를 날아갔다.

지난 3월 6일 발사한 스커드-ER은 1천㎞ 이상을 비행했다.

비행거리로만 보면 스커드-ER과 기종이 유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 당국은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기종을 '불상', 즉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신형 미사일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1∼2단 또는 2∼3단 추진체를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음을 뜻한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련의 종합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면서 "ICBM으로 진화하는 단계에 있는 미사일 기술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한국과 미국이 자신들을 최대로 압박하면서 대화로 나오라고 하는 데 대해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미사일로 표시한 것"이라며 "북한은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군 관계자들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그리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 양국을 모두 겨냥한 의도로 평가하고 있다.

사거리 1천㎞에 못 미치는 탄도미사일 발사로 문재인 정부에 사실상 '잽' 수준의 펀치를 날리면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ICBM과 같은 장거리미사일 대신 준중거리급(MRBM)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일정한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ICBM 발사나 상시 준비태세인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능력을 확보하고, 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반발, 대북정책 변화 촉구, 대남·대미 주도권 확보 의도 등 다양한 포석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