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칼럼] 우수인재 확보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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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발전 원동력은 기술혁신과 우수인재
연구기관에 권한 이양해 자율성 보장하고
이민 통한 인력유치 방안도 고려해 볼 때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
연구기관에 권한 이양해 자율성 보장하고
이민 통한 인력유치 방안도 고려해 볼 때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근대화의 시작은 1815년께라고 보는 게 보편적인 견해인 것 같다. 1770년대 후반부터 증기기관의 동력을 이용하는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나 방직산업, 철강산업, 철도산업이 발전하면서 근대화가 촉발된다. 이후 1870년대부터는 1차 산업혁명의 주력 산업이 축적한 기술과 자본을 기반으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전기산업, 자동차산업, 석유화학산업 등 거대 신생산업이 탄생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개발된 군사용 기술들이 3차 산업혁명을 일으킨다. 컴퓨터, 반도체, 메커트로닉스 기술로 대표되는 전자정보통신산업, 원자력산업, DNA 및 바이오산업 등이 그 주력 산업이다.
세 번의 산업혁명을 거치는 250여 년 동안 50년마다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면서 오늘과 같은 거대한 문명이 만들어졌다. 각 산업혁명 주도 국가가 역사의 선두에 섰음은 물론이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 2·3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주도했고 그 뒤를 독일, 프랑스가 뒤따랐다. 이들이 세계 산업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이를 뒷받침한 우수한 인재 덕분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고 각국이 그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인 지금, 한국 얘기로 돌아와 보자. 1960년 초, 기술도 자본도 잘 훈련된 인력도 없던 한국은 선진국이 250여 년간 이룬 산업화를 50여 년 만에 거의 따라잡았다. 선진국의 시스템과 제도, 과학기술을 모방하는 ‘빠른 추격자’로서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온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2015년에는 약 66조원을 투자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2%로 세계 2위, 총액으로는 세계 5위이며, 특허 출원은 4위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소가 설립된 지도 50년이 넘었다.
국가 연구개발은 대학, 정부 출연연구기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소속 국공립 연구기관, 민간기업 연구소 등에 의해 수행된다. 연간 66조원의 연구비 중에서 정부와 공공 관련 연구소가 15조원, 민간기업 연구소가 51조원(전체 연구비의 75%)을 사용한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하고 후진국의 추격은 심각할 정도다. 왜 그럴까? 국가 연구 시스템과 거버넌스(governance) 및 제도의 결함일까? 운영 방법의 잘못일까? 사회 지배구조의 문제일까? 아니면 연구개발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까?
지난 30여 년간 5년 단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부처를 개편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없었고, 지도력도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과학기술 정책은 일반 행정과는 다르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며 비(非)전문가가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 관련 기관 특히 연구소는 원리 탐구를 위한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고 독립적으로 연구 계획, 예산 수립, 실적 평가를 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막스프랑크협회(1948)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회(1911) 초대 회장인 아돌프 폰 하르나크가 주창한 “연구에 관한 모든 권한은 연구원이 가지며, 정부는 예산은 주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냥 나왔겠나.
그렇다고 수십조원을 사용하는 조직을 자유방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런 정신 아래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 제도를 갖추자는 제안이다. 조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고, 인재를 양성해 강한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권한이양은 필수적이다. 연구개발 부문 예산 배분과 평가 등을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하는 게 문제다. 연구원의 정년, 연구 관련 기관장의 임기 보장 등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등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과학기술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수인재에 있다. 한국 국민의 지능지수나 초·중·고교생의 수학 및 과학 세계경시대회 실적은 최상위급인데, 왜 세계적인 연구 성과는 나오지 못할까. 초·중등교육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수인력을 이민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불사해야 할 때다. 모두가 우려하는 실업은 단기적 문제일 뿐, 우수인재 확보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
세 번의 산업혁명을 거치는 250여 년 동안 50년마다 새로운 산업이 창출되면서 오늘과 같은 거대한 문명이 만들어졌다. 각 산업혁명 주도 국가가 역사의 선두에 섰음은 물론이다. 1차 산업혁명은 영국, 2·3차 산업혁명은 미국이 주도했고 그 뒤를 독일, 프랑스가 뒤따랐다. 이들이 세계 산업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이를 뒷받침한 우수한 인재 덕분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고 있고 각국이 그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필사적인 지금, 한국 얘기로 돌아와 보자. 1960년 초, 기술도 자본도 잘 훈련된 인력도 없던 한국은 선진국이 250여 년간 이룬 산업화를 50여 년 만에 거의 따라잡았다. 선진국의 시스템과 제도, 과학기술을 모방하는 ‘빠른 추격자’로서 꾸준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온 것이 핵심 전략이었다. 2015년에는 약 66조원을 투자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4.2%로 세계 2위, 총액으로는 세계 5위이며, 특허 출원은 4위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소가 설립된 지도 50년이 넘었다.
국가 연구개발은 대학, 정부 출연연구기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소속 국공립 연구기관, 민간기업 연구소 등에 의해 수행된다. 연간 66조원의 연구비 중에서 정부와 공공 관련 연구소가 15조원, 민간기업 연구소가 51조원(전체 연구비의 75%)을 사용한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여전하고 후진국의 추격은 심각할 정도다. 왜 그럴까? 국가 연구 시스템과 거버넌스(governance) 및 제도의 결함일까? 운영 방법의 잘못일까? 사회 지배구조의 문제일까? 아니면 연구개발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일까?
지난 30여 년간 5년 단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 부처를 개편하면서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없었고, 지도력도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출발부터 잘못됐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과학기술 정책은 일반 행정과는 다르다. 시간이 걸리고 인내가 필요하며 비(非)전문가가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과학기술 관련 기관 특히 연구소는 원리 탐구를 위한 자율성이 주어져야 하고 독립적으로 연구 계획, 예산 수립, 실적 평가를 하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 막스프랑크협회(1948)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회(1911) 초대 회장인 아돌프 폰 하르나크가 주창한 “연구에 관한 모든 권한은 연구원이 가지며, 정부는 예산은 주지만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그냥 나왔겠나.
그렇다고 수십조원을 사용하는 조직을 자유방임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이런 정신 아래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 제도를 갖추자는 제안이다. 조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고, 인재를 양성해 강한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면 권한이양은 필수적이다. 연구개발 부문 예산 배분과 평가 등을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하는 게 문제다. 연구원의 정년, 연구 관련 기관장의 임기 보장 등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등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과학기술 혁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수인재에 있다. 한국 국민의 지능지수나 초·중·고교생의 수학 및 과학 세계경시대회 실적은 최상위급인데, 왜 세계적인 연구 성과는 나오지 못할까. 초·중등교육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우수인력을 이민으로 유치하는 방안도 불사해야 할 때다. 모두가 우려하는 실업은 단기적 문제일 뿐, 우수인재 확보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