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5일까지 노화랑서 개인전
현대인의 비타민 같은 삶을 화면에 펼쳐온 박씨의 개인전이 지난 19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막을 올렸다.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회 제목은 ‘반려동물과 보낸 정원에서의 일상’.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국내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단짝’ 시리즈(사진) 등 30여 점을 건다.
박씨의 작품에는 순진한 표정의 어린아이나 개와 고양이 같은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한다. 그는 경북 영주 풍기읍 과수원에서 생활하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식구처럼 키우던 개 ‘다숙이’ 등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관찰한 뒤 과감하게 화면을 분할하고 투박하면서도 시원한 색채와 붓놀림으로 화면을 채워나간다.
소녀와 강아지가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는 ‘단짝’시리즈, 강아지가 네잎 클로버를 들고 있는 ‘심쿵멍멍’, 파란 나무 위에서 개와 아이를 그린 작품 등은 만화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그림 속 소녀와 강아지는 시골 출신의 40대 후반인 작가의 체험이 그대로 배어 있는 분신인 셈이다.
소녀와 동물은 대부분 2등신의 신체 구조로 표현됐다. 귀엽고 한없이 순진무구할 것 같은 꼬마의 얼굴에 나타나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 고달픈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의 감정의 선을 잘 읽어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과 청소년기부터 몰입해온 자연에 대한 향수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순수미술 형식과 대중문화의 정서를 결합한 복합적 양상을 보이며 해피엔딩 영화 같은 경향마저 띠고 있다. 그는 “현대인의 행복 희구 심리를 어린 소녀와 강아지, 나무 같은 동식물을 통해 형상화했다”며 “풍족해질수록 소외감이 깊어지는 현대인의 심리와 일상을 한국식 팝아트 화법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