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2
김지현2
‘퀸(Queen) 지현’. 요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회자되는 단어다. ‘지현’이란 이름의 챔프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 올 시즌 KLPGA투어는 12개 대회를 치렀다. 이 중 5개의 여왕 자리를 세 명의 ‘지현’이 차지했다. 김지현(26·한화)이 세 번, 김지현2(26·롯데)와 이지현2(21·문영그룹)가 한 번씩이다. 최근 4개 대회는 모두 이들이 휩쓸었다. 김지현과 김지현2는 프로에 데뷔한 해(2009년)는 물론 나이와 태어난 달(11월)까지 같다. ‘대세 지현’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대마다 유행하는 이름 짓기로 인해 같은 이름이 쏟아지면서 생기는 우연의 일치다. 골프팬에겐 흥미로운 현상이다. 골프를 잘하는 이름이라도 있는 것일까.

이지현2
이지현2
일단 성(姓)은 달라도 ‘지현’은 정규 대회에서 가장 많은 챔피언을 배출했다. 올 시즌 세 명 외에도 오는 22일 개막하는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디펜딩 챔프인 오지현(21·KB금융그룹)이 여기에 속한다. 정회원으로 등록된 지현은 11명이다. 이 중 4명이니 꽤 높은 비중이다.

투어 출전자격이 있는 KLPGA 정회원 중 성까지 같은 동명이인만 놓고 보면 가장 많은 이름이 이정은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뛰고 있는 이정은5(29), KLPGA 2016년 신인왕 이정은6(21·토니모리)을 포함해 6명이다. 이 중 2명이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골프적합형’ 이름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4명씩 있는 김민선, 박주영, 신지은, 이수진 중에서 챔피언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대회를 제패하며 통산 4승을 올린 김민선5(22·CJ오쇼핑)와 지난해 LPGA투어 첫승을 올린 신지은(25·한화)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수는 이름에 민감한 듯하다. 김민선5는 원래 회원이 된 순서대로 숫자를 붙이는 협회 규칙에 따라 ‘김민선4’가 될 뻔했다. 하지만 ‘4’자의 어감이 싫어 협회에 요청해 ‘5’를 달았다고 한다. 김민선5까지 번호가 나왔지만 김민선4란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김민지5(22·MG새마을금고)는 3번과 4번이란 숫자가 개인적으로 싫다는 이유로 5를 달았다. 정회원 김민지는 그래서 세 명밖에 없다.

동명이인으로 섞여 있기는 싫다며 아예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다. 이심비로 개명한 이수지2(27)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다수는 ‘번호 꼬리표’에 곧장 적응한다.

이정은6는 “처음엔 번호가 붙는다는 게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정이 들고 오히려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이정은6는 자신의 공에 ‘6’를 큼지막하게 그려 넣는다. 동료들은 그의 이름을 뺀 채 ‘식스’라고 편히 부르기도 한다.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7 대회에는 김지현을 비롯해 김보배, 박주영 등 6명의 동명이인 선수가 출전한다.

KLPGA에 따르면 현재 투어 대회 출전 자격이 있는 정회원 1150명 중 성까지 같은 동명이인은 76개 이름, 176명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