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가 ‘정치 리스크’로 급락한 브라질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무관한 문제로 증시가 추락한 만큼 주가가 떨어진 지금을 매입 기회로 본 것이다.

30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이 보도된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브라질펀드에 21억원이 순유입됐다. 테메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거론된 첫 이틀 동안 11억원이 순유출됐지만 곧바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해외 투자자도 정치 위기에 빠진 브라질 증시에 베팅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 1주일(22~26일) 동안 글로벌 브라질 주식형 펀드에 7억6000만달러(약 8547억원)가 순유입됐다. 주간 기준으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왔다. 이 중 92%는 브라질 증시 수익률을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렸다.

브라질 증시가 대통령 탄핵 가능성으로 급락하자 싼 가격에 브라질 주식을 매입하려는 투자자가 몰렸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 위기가 불거진 19일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8.8% 급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최대치였다. 국내에서 판매된 브라질 펀드 역시 하루 동안 수익률이 15.07%(수익률이 반영된 22일 기준)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이 냉정을 되찾으면서 이후 보베스파 지수는 3.5% 상승했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 팀장은 “지난 1분기부터 브라질 경제가 되살아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회복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