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중현 연우 대표가 29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9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 회장, 기 대표,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기중현 연우 대표가 29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99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최명배 한빛회 회장, 기 대표,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제공
2010년 글로벌 1위 용기 제조업체인 앱타(Aptar)에서 연락이 왔다. 경영진이 연우 본사를 견학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연우가 국내외 화장품 용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무렵이다. 연우의 생산시설을 둘러본 앱타 경영진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부품·완제품 등 4만여 종에 달하는 다품종 생산·관리 공정 때문이었다. 앱타뿐 아니라 샤넬, P&G,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업체도 연이어 연우를 찾았다. 지난해 기준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중 47곳이 연우가 생산한 화장품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2350억원 중 50.3%를 수출로 올렸다. 기중현 연우 대표는 “올해는 200억원을 투자한 스마트공장 구축이 마무리돼 생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3년 안에 매출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도급 업체에서 시장 1위 업체로

연우는 1983년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시작했다. 현재는 국내 1위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화장품 용기 시장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내용물이 일정하게 나오도록 설계한 ‘디스펜서 펌프’가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기존에 많이 쓰이던 흡입관(빨대) 방식 대신 진공 방식의 펌프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용기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들어 펌프를 누를 때마다 용기 바닥 전체가 일정하게 올라오면서 내용물을 균등하게 위쪽으로 밀어내게 했다. 내용물을 끝까지 다 쓸 수 있고, 공기 접촉에 따른 변질 우려도 없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다. 업체들의 생산 의뢰가 이어졌다. 이 제품을 계기로 연우는 용기 하도급 업체에서 벗어나 협상 주도권을 쥔 시장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기 대표는 “디스펜서 펌프 자체는 이미 일본 등 다른 나라 업체에서도 만들고 있었지만, 화장품 용기에 최적화해 개발한 게 주효했다”며 “거래 업체가 늘어나면서 매출처가 다변화되고 자연스럽게 협상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용기업체 목표

연우는 세계 화장품 1위 기업인 로레알의 대표 공급사다. 스포이트 방식 용기인 ‘오토드롭퍼’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연 공급량은 300만~400만 개다. 2013년부터는 로레알 대표 협력사로 세계 다른 파트너사에 혁신 제품 개발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기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이 계속되는 이유를 연구개발(R&D) 역량에서 찾았다. 국내 화장품 용기 업체로는 최대 규모의 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진공 펌프, 오토드롭퍼 등 화장품 용기 관련 특허부터 보유 중인 지식재산권(IP)만 440개다.

기 대표는 새로운 시장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화장품 용기를 넘어 제약·식품·생활용품 등 종합용기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 공장 증축이 완료되면 생산능력도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어난다. 기 대표는 “일부 개발해 공급하고 있는 제약용품 용기처럼 화장품 용기 외에 제품 적용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사업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