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지난 26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증도가자가 밀랍주조법으로 제작됐다는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그는 증도가자의 측면에서 발견되는 연마 흔적, 홈의 쏠림 현상, 상하 접합면의 분할선 등은 증도가자가 밀랍주조법이 아니라 주물사주조법으로 제작됐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밀랍주조법으로는 동일한 글자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은 밀랍주조법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밀랍판에 한 개의 글자만 만들지 않고 원형(금형)을 만들고 밀랍을 녹여 원형에 주조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서체 분석에서는 글자의 외형보다 중심선과 획 간의 간격, 삐침이나 점, 갈고리, 파임 등 글자 획의 특정 부분 등을 중심으로 특징을 비교해야 하는데 3D 촬영을 바탕으로 만든 실리콘 복제품 활자에는 먹이 제대로 묻지 않고 획이 제대로 복제되지 않아 복제활자로 찍은 것과 증도가자 서울본의 중첩 비교 수치가 상당히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조판 실험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목판에 글씨를 새긴 번각본은 시간이 지나면서 수축되므로 활자본의 광곽(인쇄된 책자의 먼선 테두리)은 번각본의 최대치보다 어느 정도 크게 추정돼야 한다”며 “최소 또는 최대 크기의 활자만을 사용한 조판 실험이나 최소, 최대, 평균의 광곽 크기를 적용한 조판 실험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재청의 조판 실험 가운데 평균 크기의 활자와 최대의 광곽 크기를 적용한 조판 실험만 현실성이 있으며, 이 경우 증도가자의 조판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미 검토한 사항들로, 결론을 바꿀 만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지학계는 비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김성수 서지학회장(청주대 교수)은 “23명의 전문가가 1년간 연구해서 낸 보고서는 제쳐두고 금속활자 전공자와 관련 논문 발표자가 한 명도 없는 지정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결론을 낸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끝장토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 교수도 “오늘 학술대회에 지정조사단 참여자들을 토론자로 모시려고 했으나 나오지 않았다”며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증도가자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회장은 “내달 말쯤 국회에서 증도가자와 관련된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