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있다.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자녀를 과잉 보호하는 부모를 말한다. 또 어미의 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성인이 됐는데도 부모에게 기대 살아가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헬리콥터 부모와 캥거루 자녀는 서로에게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부모와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할 기회를 박탈한다. 이들은 자녀가 경제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를 자녀와 상의하지 않는다. 자녀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를 본인이 나서 대신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경제 관념을 배우거나 제대로 된 금융지식을 쌓기 어렵다. 올바른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갖지 못하는 셈이다.

캥거루 자녀는 부모의 노후를 위협한다. 2016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 가구에서 실질적으로 은퇴를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이 ‘자녀 교육이 끝난 후’와 ‘자녀 결혼 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의 취업과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 부모의 은퇴 준비 시점도 갈수록 늦춰진다는 의미다. 은퇴 준비 기간만 짧아지는 것이 아니라 노후 자금 자체도 불안하다. 한창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할 40~50대에 수입의 가장 많은 부분을 자녀 교육비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녀 결혼비용까지 지원하고 나면 노후 자금 마련은 꿈 같은 이야기다.

부모는 자녀에게서, 자녀는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우선 부모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금융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 자녀들의 금융 행태는 학교의 금융교육이나 자신이 돈을 벌어 본 경험보다 부모에게 받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부모의 건전한 경제 습관을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장기적인 재무 목표를 바탕으로 자녀 지원의 명확한 한계를 정해야 한다. 노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채 은퇴기에 접어들면 결국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을 준다. 자녀와 가계의 재무 상태를 공유하고 경제적 지원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한나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