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월화드라마 방송계에 ‘지각 변동’이 예고됐다. 지난 3월 첫 방송 때부터 줄곧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지켜온 SBS ‘귓속말’이 지난 23일 자체 최고 시청률 20.3%를 기록하며 최종회 막을 내리면서다. KBS2와 MBC는 하루 전인 22일 각각 새 드라마 ‘쌈, 마이웨이’와 ‘파수꾼’ 첫 화를 내보냈다. SBS는 오는 29일 신작 ‘엽기적인 그녀’로 다시 출격한다.

KBS2 ‘쌈, 마이웨이’는 청춘 성장 로맨스, MBC ‘파수꾼’은 액션 스릴러, SBS ‘엽기적인 그녀’는 원작 영화를 리메이크한 사극이다. 새 판을 짠 세 방송사가 브라운관에서 벌일 격전에 방송가의 관심이 쏠린다.

◆장르물에 도전하는 청춘 이야기

KBS2 ‘쌈, 마이웨이’는 세상이 보기엔 부족한 스펙을 가졌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려는 청춘들의 성장과 사랑을 담은 드라마다. 3~4년 전부터 방송가를 점령한 추리·첩보·법정물 등 이른바 ‘장르물’ 열풍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다룬 작품으로 도전장을 냈다.

학창시절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한 번의 실수로 고꾸라진 파이터 고동만(박서준 분),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지만 백화점 안내데스크에서 일하는 최애라(김지원 분), 홈쇼핑 회사 식품 MD 김주만(안재홍 분), 홈쇼핑 회사 계약직 상담원 백설희(송하윤 분)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연출하며 호평받은 제작진이 뭉쳐 만들었다. 지난해 4부작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발랄한 감성으로 일상의 이야기를 다뤄 재미와 감동을 끌어낸 임상춘 작가가 극본을 썼다. 2015년 2부작 드라마로 시작해 올해 영화로도 개봉된 ‘눈길’로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이나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퓨전 사극이 된 ‘엽기적인 그녀’

SBS는 배우 전지현을 단번에 대스타로 만든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사극으로 재탄생시켰다. 같은 이름의 신작 드라마는 수려한 외모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까칠한 조선 남자 견우(주원 분)와 엉뚱하고 발랄한 왕실의 애물단지 혜명공주(오연서 분)가 펼치는 사극 로맨스다. 원작의 명장면들을 조선을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영화에서 ‘그녀’가 술에 취해 지하철 객차에서 비틀대다 앞에 앉아있는 대머리 아저씨 머리 위에 구토하는 장면은 혜명공주가 견우의 도포에 왈칵 쏟는 장면으로 치환된다.

전반적인 내용은 원작과 다르다. 작품을 집필한 윤효제 작가는 “원작의 장치들을 사극 속에서 더 신선하게 느껴지도록 녹여내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스토리와 갈등을 많이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통통 튀는 청춘 로맨스에 핏빛 궁중 암투를 첨가했다. 극 전체에 화려한 액션을 가미했다.

◆정의에 대한 묵직한 질문 던져

MBC ‘파수꾼’은 묵직한 드라마다. 제목인 ‘파수꾼’은 극 속에서 범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뒤바뀐 사람들의 모임 이름이다. 딸을 잃은 전직 형사 조수지(이시영 분), 온 가족을 잃은 충격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된 서보미(김슬기 분), 천재적인 실력을 가진 해커 공경수(샤이니 키) 등이 ‘파수꾼’의 주역이다. 이들은 법이 처벌하지 않은 가해자들을 감시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폐쇄회로TV(CCTV), 컴퓨터, 휴대폰 등을 해킹한다. 직접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딸을 잃은 엄마의 무너지는 모성, 권력욕에 사로잡힌 검찰에 대한 분노로 시청자를 자극한다.

이 같은 ‘사적인 복수’가 ‘정의’에 부합하는지는 철학적 논쟁거리다. 연출을 맡은 손형석 감독은 “자력 구제가 옳다고 주장하는 드라마는 아니다”며 “‘법이 있음에도 왜 사람들이 자력 구제를 상상하는가’ 하는 의문에 집중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