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발란스는 작년 한국에서 4500억원, 중국에서는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나라 매출을 합치면 뉴발란스의 고향 미국에 육박한다. 이 브랜드 제품을 양국에서 판매하는 회사는 같다. 이랜드다. 이랜드의 브랜드 육성 능력을 보여준 사례다.

1980년 이화여대 앞에서 ‘잉글런드’란 옷가게로 출발한 이랜드는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를 성공시켰다. 초기 헌트 브렌타노 언더우드부터 최근 K스위스 티니위니까지. 브랜드로 성장한 이랜드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직접 육성한 브랜드가 큰 힘이 되고 있다. 브랜드 매각을 통해 1조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모던하우스 7000억원에 매각

이랜드는 21일 리빙 브랜드 모던하우스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모던하우스는 이랜드가 1996년 국내에 출시했다. 가구 침구류 식기 생활소품 등을 판매한다. 전국에 63개 매장이 있고 작년 매출은 3000억원 정도 올렸다. 매각가격은 7000억원이다. 이는 이랜드그룹의 1년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랜드는 이에 앞서 패션브랜드 티니위니를 중국 패션업체 브이그라스에 매각했다. 두 브랜드 매각대금을 합치면 1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들 브랜드의 순자산(자산-부채)은 장부가액 기준으로 티니위니 1200억원, 모던하우스 640억원밖에 안된다. 나머지 1조4000억원은 무형의 브랜드가치인 셈이다. “이랜드가 키워낸 브랜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부동산 매각과 비교하면 뚜렷이 드러난다. 이랜드는 작년부터 홍대 강남 등 알짜 부동산 10여 건을 매각했다. 부동산 매각을 통해 이랜드가 끌어모은 자금은 4500억원에 그쳤다.

오는 7월 모던하우스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현재 300%대인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200%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티니위니급 브랜드 40개

이랜드 관계자는 “브랜드 출시부터 육성, 매각까지 모두 경험했고, 성공시켰기 때문에 앞으로도 브랜드 매니지먼트 능력을 기반으로 다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경영진의 자신감”이라고 전했다. 실제 대부분 패션업체들이 운영하는 브랜드 중 30~40%가 해외 브랜드인 것과 달리 이랜드는 뉴발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를 직접 키웠다. 지금까지 새로 출시하거나 인수한 브랜드만 250개가 넘는다. 티니위니처럼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는 패션 브랜드도 40개 있다고 이랜드 측은 설명했다.

그중 하나가 스코필드다. 2005년 중국에 진출해 작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전문직 직장여성이 주요 소비자다. 가격대는 정장 한 벌에 5000위안(약 82만원) 정도다. 중국 상하이의 대표적 백화점인 빠바이반에서는 여성복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중국 고급 백화점에 20개 매장을 새로 냈다.

이랜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해 제2, 제3의 티니위니를 만들 계획이다. 스코필드를 비롯해 작년 중국에서 매출 4000억원을 넘긴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 국내에서 매출 3000억원을 올린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 등이 그 후보다. 매출 1000억원 정도인 미쏘와 슈펜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 구조조정은 눈에 보이는 자산보다 보이지 않는 브랜드가 얼마나 더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