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상품 스타 만든 올리브영의 '동행'
화장품 제조업체 한솔생명과학이 개발한 ‘셀린저 드레스 퍼퓸’은 섬유 탈취 향수다. 천연 에센셜 오일이 들어 있어 머리카락이나 몸에도 뿌릴 수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한솔생명과학은 이 제품으로 독자 브랜드를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팔 곳이 없어 쉽지 않았다. 입점할 유통업체를 찾다가 올리브영이 운영하는 ‘즐거운 동행’ 프로그램 품평회에 참가했다. 마침 올리브영도 향기 관련 제품을 늘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소기업 상품 스타 만든 올리브영의 '동행'
올리브영의 한 상품기획자(MD)는 한솔생명과학 측에 “제품 디자인을 간결하게 바꾸고, 20~30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과일향을 주력으로 내세우자”고 조언했다. 분사가 고르게 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선을 거쳐 작년 5월 올리브영 매대에 놓였다. 석 달 만에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헬스앤드뷰티스토어 올리브영이 작년 5월 시작한 즐거운동행 프로그램이 1년 됐다. 전국 각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품평회를 연 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을 선정해 컨설팅을 거쳐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상생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은 제품을 개선할 수 있는 조언을 얻고, 판로를 찾을 수 있다. 올리브영은 단독 판매 상품을 확보할 수 있다. 처음엔 중소기업 중에서 선발했지만 올해 초부터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품평회를 열어 9개 업체를 발굴했다. 초반에 15개이던 판매 상품 수도 60개로 늘었다. 즐거운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입점한 제품들의 매출은 1년 새 150% 증가했다.

광주 지역 기업인 월드코스텍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다시마팩’을 올리브영에서 팔게 됐다. 다시마를 시트팩으로 가공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한 올리브영 MD가 품평회에서 이 업체 제품에 주목했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포장 디자인이 흰색이어서 단조롭다는 게 아쉬웠다. 이 MD는 시트팩 포장 위에 짙은 초록색으로 띠를 만들어 두르자고 제안했다. 다시마가 들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제품은 이달 초 올리브영 부산 광복본점 등 17개 매장에 들어갔다.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2주 만에 입점 매장이 80개까지 늘었다. 매장 방문객 특성에 맞춰 제품 구성을 달리한 세트도 내놓을 예정이다.

올리브영은 즐거운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특성을 살린 화장품도 발굴했다. 작년 9월 제주화장품 품평회에서는 기초화장품 브랜드 ‘아꼬제’와 ‘제이듀’가 입점 브랜드로 뽑혔다. 두 브랜드 모두 제주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한 지역 특화 브랜드다. 올리브영 부산 광복본점과 제주탑동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는 29일에도 광화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즐거운동행 품평회가 열린다. 올리브영은 이날 아이디어 상품을 선발해 7월께 매장에 들여놓을 계획이다.

허민호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는 “올리브영에서 유통 중인 상품의 70%는 뛰어난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 제품”이라며 “즐거운동행을 통해 K뷰티를 알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