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발전플랜트 EPC
두산중공업의 발전플랜트 EPC
폭발적 흥행을 거둔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주가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사는 BW 발행으로 5000억원을 마련했지만 투자자들은 주가 급락으로 쓴 독배를 마시는 중이다. 국내외 사업 호조로 주가 하락을 만회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일 오전 10시12분 현재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전날보다 200원(0.83%) 오른 2만4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CS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을 중심으로 외국인이 6만9300주를 매수 중이다. 이날 주가는 코스피의 하락(-0.23%)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지만 최근 석달 간의 추이를 놓고 보면 반등세가 약하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13일 장중 3만6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보름 만에 주가는 21% 하락, 지난달 20일에는 2만3150원까지 내려 앉았다. 외국인의 보유 지분은 2월 중순 13.92%에서 3월 말 10.64%로 줄었다.

최근 주가는 연이은 상승에도 불구하고 2월 고점 대비 여전히 20% 낮다. 외국인 보유 지분은 12.49%로 일부 회복됐다.

회사의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5000억원에 달하는 BW 발행이다.

올해 2월 말 두산중공업은 주주를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를 발행한다고 알렸다. BW는 일정 기간 후 미리 약정한 가격에 발행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연구개발 등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BW를 발행했다. 이는 금융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의 역대 BW 발행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주가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BW 청약은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구주주 청약률은 약 30%에 그쳤으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청약에서 모집금액을 8배 웃도는 41조1161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BW 완판으로 회사는 자금 갈증을 해소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최근 다수의 증권사가 BW 영향을 반영해 회사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렸다.

이날 HMC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의 목표가를 3만3000원에서 3만원으로 하향했고, 전날 하이투자증권은 목표가를 3만4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떨어트렸다. 같은 날 IBK투자증권도 3만5000원에서 3만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따른 희석 요인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낮췄다"며 "두산중공업의 성장은 국내 외에도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최근의 주가 하락은 이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