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정 페인트팜 대표가 유리 위에 ‘S-페인트(S-Paint)’를 입혀 만든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조아란 기자
김학정 페인트팜 대표가 유리 위에 ‘S-페인트(S-Paint)’를 입혀 만든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조아란 기자
유리창에서 동영상이 나온다. 투명 디스플레이가 아니다. 3차원 홀로그램도 아니다. 얼굴을 갖다대면 안이 훤히 보이는 일반 유리창이다. 2015년 10월 김학정 페인트팜 대표가 개발한 ‘S-페인트(S-Paint)’를 유리창에 칠하고 빔프로젝터로 빛을 쏜 것이다. 제품은 이미 옥외광고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현재 60개국에 수출돼 해외 유명 거리에서도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가격 싸고 선명도 뛰어나

S-페인트는 창을 통과하는 빛의 투과율을 조정해 창 위에 상을 맺게 해주는 페인트다. 유리창 안쪽에 바르고 내부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한 뒤 바깥쪽으로 빛을 쏘면 창을 통과하는 빛이 페인트 염료와 부딪히며 화면을 만들어낸다.

제품은 활용 가능성이 뛰어나다.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단위의 입자로 제작돼 창을 통과하는 빛을 나노 단위로 구현한다. 김 대표는 “영화 등을 볼 때 사용하는 반사형 스크린보다 영상 선명도가 80%가량 높다”며 “최대 200인치 화면을 구현할 수 있어 일반 상점과 가정에서 사용하기에도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옌지의 한 관광회사는 제품을 활용해 가로 20m, 세로 4m의 건물 2, 3층 통유리를 광고 동영상 화면으로 만들었다. 인도와 요르단에서는 자동차 전시장의 배경 광고를 제작하는 데 사용됐다.

원하는 모양으로 화면을 만들 수도 있다. 페인트를 칠한 부분만 상이 맺히고 칠하지 않은 유리 부분은 빛이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별 모양, 글자 모양 등 페인트를 칠하는 모양대로 스크린이 된다. 경남 진주의 산림박물관에서는 유리 위에 나무 모양으로 페인트를 바르고 빔프로젝터에서도 나무 모양으로 빛이 나오게 해 교육용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쉽게 지워지도록 제작돼 화면 모양을 바꾸기도 쉽다.

◆“케이크보다 싼 이벤트 용품될 것”

김 대표는 2012년에 창업한 페인트 쇼핑몰 운영 중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하다 제품을 개발했다. 독특한 페인트에 반응하는 고객군을 조사하다가 뒤에서 오는 빛을 통과시켜 화면을 만드는 ‘리어스크린’ 개념의 페인트를 알게 됐다. 부친이 40년 넘게 페인트 대리점을 했고, 8년간 페인트 회사에도 다녀본 그는 안료와 수지를 하나씩 대입해보며 직접 제품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광고 시장을 첫 번째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유명 통신사의 대리점 100군데와 이미 계약을 마쳤다”며 “21만개에 달하는 국내 프랜차이즈업체 등에서 우리 제품을 쓰도록 마케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에서 자리가 잡히면 이벤트 시장으로 발을 넓혀 렌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하트 모양, 글자 모양 등 원하는 모양대로 화면을 만들 수 있고 잘 지워지기도 해 기념일 이벤트 등을 하기 적합한 제품”이라며 “미국 핼러윈데이 때 제품을 써본 이벤트 회사에서 반응이 좋았고 독일 이벤트 업체와도 계약 협의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케이크보다 저렴한 이벤트 상품’으로 제품 렌털을 가능하게 해 재미있는 경험을 나눠주는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대전=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