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인 무소르크스키 러시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를 봤다. 거장 스테파노 포다가 창조한 무대는 압도적이었고, 지휘자와 타이틀롤(주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출연진을 한국 성악가로 채운 것은 더욱 놀라웠다. 러시아 본토 가수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것은 아니지만 테너 신상근(그레고리 역)을 비롯한 주조역급 상당수는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러시아 오페라의 보편적 걸작인 차이코프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이나 ‘스페이드 여왕’도 외면당하는 현실에서 이런 장대한 역사극이 과연 바람직한 선택이었느냐 하는 논란의 여지는 있다. 큰돈을 들여 제작한 이 프로덕션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어야 이번 공연의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