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320쪽 / 1만8000원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초인공지능이 등장해 인류를 대체할까. 30년 이상 뇌와 지능을 연구해온 이대열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는 《지능의 탄생》에서 앞으로 상당 기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한다. 인공지능이 해결하는 문제가 AI 자신이 아니라 인간이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아주 단순한 생명체인 예쁜꼬마선충부터 박테리아, 바퀴벌레, 원숭이,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체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신경계 구성 및 작용,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을 폭넓게 보여준다. 이를 위해 신경과학은 물론 생물학, 유전학,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이론과 연구성과를 동원한다.
특히 효용이론과 ‘본인-대리인이론’ 등 경제학의 개념으로 생명체 주인인 유전자와 뇌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 독창적이다. 저자는 지능이란 진화를 통해 생명체가 획득하는 능력의 하나로 자기 자신을 보존,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도 유전자 복제라는 생명체의 기능을 돕기 위해 등장하고 진화해왔다고 한다.
생명체의 주인은 유전자다. 뇌는 이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일을 맡긴 대리인이다. 뇌는 주인인 유전자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어도 독립적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이렇게 뇌가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개발하면서 지능은 진화한다. 또한 뇌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한다. 학습이 없이는 진정한 지능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다.
뇌의 학습과 관련해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지능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언어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선호도와 사고과정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잡한 집단에서 합리적인 행동을 택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효용이론, 게임이론, ‘죄수의 딜레마’, 파블로프 전략 등 온갖 경제학·심리학 이론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끊임없이 활동하며 선택한다. 그 결과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커졌고 지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관심은 시종일관 날로 발전하는 AI가 과연 인간의 뇌를 대체할 수 있느냐다. 컴퓨터의 정보처리 능력이 아무리 급속히 발전해도 AI가 인간의 뇌를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적 특이점’은 적어도 당분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내다본다. 지능이란 자기 복제를 핵심으로 하는 생명현상 일부이기 때문이다. AI를 장착한 기계가 자기 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건 인공생명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기계의 자기 복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