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면 커피숍이 생기고 있어 공사하는 점포만 봐도 겁이 납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A(45)씨는 3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출까지 받아 창업을했지만 아직 '본전'도 못 뽑았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A씨는 "안정적인 영업을 위해 비싼 임대료와 로열티를 감수하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며 "하지만 오가는 사람 수는 거의 그대로인데 커피숍만 계속 생겨나니 '파이 조각'만 더 작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우후죽순 생겨나는 커피숍…편의점의 2배

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제공하는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월 현재 전국에 있는 커피숍은 총 9만809개다.

지난해 12월(8만6천811개)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사이 5% 가량 늘었다.

여기에 커피숍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베이커리, 디저트 전문점 등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0만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편의점이 5만4천여 개 정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숍 개수가 편의점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에만 커피숍 2만 개가 몰려 있고 서울에 1만8천여 개가 있다.

서울의 경우 커피숍이 편의점(9천477개)과 치킨집(7천468개)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권의 대표 상권인 신사동 가로수길 대로변과 주변 골목에는 카페가 어림잡아 30개에 달했다.

가로수길 전체 길이가 600m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20m마다 카페가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집계하는 가로수길의 카페 밀집지수 역시 1.58로, 서울 평균지수(1.23)를 훨씬 웃돈다.

밀집지수는 전국 주요 상권의 업종밀도를 1로 봤을 때 특정 상권의 업종이 평균적인 상권에 비해 얼마나 과밀·과소한지를 나타낸 것으로 '낮음'(0.8 미만), '보통'(0.8 이상~1.2 미만), '높음'(1.2 이상~1.7 미만), '매우 높음'(1.7 이상) 등 네 단계로 나뉜다.

가로수길 외에도 신촌역(2.37), 광화문역(2.15), 명동거리(2), 강남역(1.93) 등 주요 상권에서 커피숍이 포화상태다.

◇ 낮엔 커피 팔고 밤엔 맥주 판매…아메리카노 배달도

커피숍이 '한 집 건너 하나씩' 있다는 말이 현실화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은 전국 80개 매장 가운데 38곳에서 '삿포로 맥주'를 팔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8개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한 결과, 고객 반응이 좋아 확대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폴바셋 관계자는 "저녁 시간대에 커피를 꺼리는 고객이 있고, 혼술 트렌드 등을 반영해 영업규정과 매장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화문이나 강남역 카페거리 등 주요 명소에 자리잡은 커피숍들 역시 이러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밤엔 주류를 판매하는 개인 카페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배달앱 이용자가 크게 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커피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곳도 등장하고 있다.

푸드테크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는 2월 기준 커피, 빙수 등 '1인분 디저트' 주문 건수가 작년 동월 대비 35배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디저트 메뉴 가운데 1만 원 이하 주문 건수를 전수 조사한 것이다.

전체 집계에는 커피 외에 다른 디저트류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디저트류를 파는 곳 대부분이 카페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변화다.

이 밖에도 '나홀로족'을 겨냥한 1인 전용석 도입을 비롯해 '스페셜티 커피' 등 고급 커피를 출시하거나 커피에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류 개발에 집중하는 등 생존 전략도 각양각색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커피장사가 술장사 다음으로 잘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하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커피 트렌드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어 변하지 않으면 점점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