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처럼 부드럽게 풀어낸 미술…"맘껏 비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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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40대 인기작가 라이언 갠더 갤러리 현대서 국내 첫 개인전
“제 작품에는 분명히 저만의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관람객은 그것을 각자 다르게 읽어주길 바랍니다. 각자의 방식과 시선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해요.”
‘영국 개념미술의 총아’로 불리는 라이언 갠더(41)는 29일 “미술품이 하나의 단일한 의미만 지닌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상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이날 개인전을 시작한 그는 설치와 미디어, 회화, 조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방법으로 고정관념과 기존 인식을 뒤집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한때 런던 골드스미스대와 로열아카데미에서 강의한 그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파리 팔레드도쿄, 베니스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에날레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와 개인전에 참여하며 단번에 인기 작가군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에는 미국 미술잡지 ‘아트+옥션’이 선정한 ‘미래에 가장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에 선정됐다.
국내에서 처음인 그의 이번 전시 주제는 ‘소프트 모더니즘’.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추억이나 기억을 투영해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접목한 신개념주의적 경향 조각과 설치, 회화 등 30여점을 내놨다. 갠더는 전시 공간을 텅 비워놓고 ‘바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등 기발한 발상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작품에서 소재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미학적 의미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시 보도록 제안한다.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할 때부터 이런 생각이 반영된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이나 풍선, 솜털조각 등 평범한 이미지를 관람객 앞에 툭 던진다. 아이스크림 조각과 풍선 작품에 대해 그는 “두 딸이 자라면서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아이스크림과 풍선을 놓칠 때인 것 같아 이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하지만 관람객이 아이스크림 조각 앞에서 작업 의도를 알 수 없거나 모호하다고 느꼈다면 이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보고 ‘과연 내가 느낀 것이 맞을까?’ 하고 자문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내 작품이 보는 이의 상상력 속에서 마구 뛰어놀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관람객의 엉뚱한 상상을 유도하며 ‘스토리텔링’을 중시한 설치작품도 내놨다. 전시장에 하얀 천으로 육중한 대리석을 덮어놓은 작품이다. 딸들이 집에서 놀다가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했을 때 이불 속에 숨으려는 자기보호 본능에 착안한 작품이다. 갠더는 “어린아이들의 감성적 본능과 창의성을 작품에 투영했지만 관람객은 스스로의 상상력에 충실하면서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거울로 꾸민 전시장에서 영국 BBC 기자가 텍스트를 읽는 모습을 내보내는 17분짜리 비디오 영상작품도 눈길을 끈다. 문자와 영상, 거울, 좀비 등 서로 다른 엉뚱한 소재를 사용해 디지털 세계에 밀폐된 개인의 일상, 현대인의 자기중심적 문화와 나르시시즘을 주목했다고 한다. 딱딱한 조각을 털뭉치로 재해석한 입체 작품, 대리석 액자에 담은 격자 무늬 회화 등 평범한 소재로 완성되는 그의 작업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끌어낸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전시는 5월7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영국 개념미술의 총아’로 불리는 라이언 갠더(41)는 29일 “미술품이 하나의 단일한 의미만 지닌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 상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이날 개인전을 시작한 그는 설치와 미디어, 회화, 조각,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특한 방법으로 고정관념과 기존 인식을 뒤집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한때 런던 골드스미스대와 로열아카데미에서 강의한 그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파리 팔레드도쿄, 베니스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에날레 등의 굵직한 프로젝트와 개인전에 참여하며 단번에 인기 작가군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에는 미국 미술잡지 ‘아트+옥션’이 선정한 ‘미래에 가장 소장가치가 있는 50인의 작가’에 선정됐다.
국내에서 처음인 그의 이번 전시 주제는 ‘소프트 모더니즘’.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추억이나 기억을 투영해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접목한 신개념주의적 경향 조각과 설치, 회화 등 30여점을 내놨다. 갠더는 전시 공간을 텅 비워놓고 ‘바람’이라고 제목을 붙이는 등 기발한 발상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작품에서 소재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미학적 의미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시 보도록 제안한다.
작품을 전시장에 설치할 때부터 이런 생각이 반영된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이나 풍선, 솜털조각 등 평범한 이미지를 관람객 앞에 툭 던진다. 아이스크림 조각과 풍선 작품에 대해 그는 “두 딸이 자라면서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낄 때가 아이스크림과 풍선을 놓칠 때인 것 같아 이를 형상화한 것”이라며 “하지만 관람객이 아이스크림 조각 앞에서 작업 의도를 알 수 없거나 모호하다고 느꼈다면 이 역시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보고 ‘과연 내가 느낀 것이 맞을까?’ 하고 자문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는 “내 작품이 보는 이의 상상력 속에서 마구 뛰어놀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관람객의 엉뚱한 상상을 유도하며 ‘스토리텔링’을 중시한 설치작품도 내놨다. 전시장에 하얀 천으로 육중한 대리석을 덮어놓은 작품이다. 딸들이 집에서 놀다가 갑작스러운 위험에 처했을 때 이불 속에 숨으려는 자기보호 본능에 착안한 작품이다. 갠더는 “어린아이들의 감성적 본능과 창의성을 작품에 투영했지만 관람객은 스스로의 상상력에 충실하면서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거울로 꾸민 전시장에서 영국 BBC 기자가 텍스트를 읽는 모습을 내보내는 17분짜리 비디오 영상작품도 눈길을 끈다. 문자와 영상, 거울, 좀비 등 서로 다른 엉뚱한 소재를 사용해 디지털 세계에 밀폐된 개인의 일상, 현대인의 자기중심적 문화와 나르시시즘을 주목했다고 한다. 딱딱한 조각을 털뭉치로 재해석한 입체 작품, 대리석 액자에 담은 격자 무늬 회화 등 평범한 소재로 완성되는 그의 작업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끌어낸다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온다. 전시는 5월7일까지.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