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설립의 첫 단계는 기업의 인적분할이다. 원래 있던 A회사를 B회사와 C회사로 분할하면 A회사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이제 A 대신 B와 C회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B를 지주회사로, C를 자회사로 만들려면 B회사가 C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주들은 자신이 보유한 C주식을 B회사로 넘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은 주식을 넘긴 대가로 B회사가 발행한 신주를 받아 B회사 지분이 늘어난다.

대기업 오너를 포함한 주주들이 이런 전략을 시행하면 지주회사 B 지분율이 원래 회사 A 지분율보다 증가한다. 그런데 일각에서 이를 특혜라 비판한다. 이들 눈에는 자회사 C에 대한 주주들의 지분이 없어진 것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지주회사 B를 통해 자회사 C를 지배하기는 하지만 C회사 주식도 엄연히 가치가 있다. C회사 주식을 넘겼으니 손실을 본 것이고 이에 대한 대가로 지주회사 지분이 늘어난 것인데도 특혜란다.

소위 ‘자사주의 마술’ 문제도 그렇다. A가 자사주를 보유하면 의결권이 없는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주회사 B의 자회사 C에 대한 지분이 자사주 비율만큼 합법적으로 살아난다. 이것도 문제라고 한다. 지주회사 제도 자체가 문제인 셈이다.

지주회사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 도입됐다. 재벌 기업의 지분구조가 복잡하고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재벌 오너의 지위가 지주회사 회장으로 한정되면서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지는 등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크다는 논리였다. 2003년 3월 LG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부 정책 기조에 부응했다는 칭찬과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영전략은 지주회사 제도의 모범에 가깝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수시로 교체한다. 지주회사 주주들은 즐겁다. 실적이 안 좋은 자회사를 매각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이유로 지주회사 주가가 상승한다. 우량한 자회사를 사들이면 신규사업 기회를 포착했다는 이유로 주가가 오른다. 지주회사 경영진은 마치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사고팔아 돈을 벌듯 자회사 매수와 매각을 반복하면서 지주회사 가치를 극대화한다. 이를 잘 시행해 각광받은 경영자가 잭 웰치 회장이고 후계자인 제프리 이멜트 회장도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삼성이 이미 이와 비슷한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실적이 좋은 일부 자회사까지 매각하면서 전문화와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구했다.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지주회사 본연의 전략을 더욱 효율적으로 시행하면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을 일단 포기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특혜 시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아이러니 그 자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순환출자를 통한 불투명 경영, 전근대적 경영을 한다고 비판하다가 전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니 특혜라고 시비를 건다. 가라는 얘기인가 말라는 얘기인가.

지주회사 제도가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제도면 더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라도 마련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만일 특혜라면 당장 금지해야 한다. 좋은 제도라고 허용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특혜라며 제동을 거는가. 전환에 대한 ‘플러스 요인’이 있어야 전환할 ‘유인’이 존재하는데 ‘플러스 요인’을 특혜라고 치부하면 모든 ‘유인’ 체계는 다 특혜인가. 투명경영의 상징을 10년여가 지난 지금 특혜라고 공격하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 국가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십년소계’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5년마다 예외 없이 ‘제 발등 찍기’를 반복하고 있는 정치권을 보며 수많은 상념이 스치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 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