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24일 SK텔레콤의 기업 분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시장에선 SK텔레콤을 투자회사(가칭 SK텔레콤홀딩스)와 사업회사(SK텔레콤)로 나눈 뒤 SK텔레콤홀딩스를 지주사인 SK(주)와 합병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장동현 SK(주) 사장(사진)은 이날 SK텔레콤 주주총회에 참석해 “SK텔레콤의 인적 분할(기업 분할) 얘기가 작년부터 시장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 인적 분할 검토는 그 어떤 것도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지난해 12월 SK그룹 인사 때 SK텔레콤 사장에서 SK(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SK그룹 최고경영진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SK텔레콤 분할설을 부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에서 SK텔레콤 분할설이 돈 것은 SK하이닉스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내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회사다. 최태원 SK 회장이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인 SK(주)의 손자회사다. SK(주)가 SK텔레콤을 지배하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구조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를 두려면 원칙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SK하이닉스가 유망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합병(M&A)하려면 지분 전량을 사들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M&A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지금 같은 지배구조에선 지주사인 SK(주)가 그룹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SK하이닉스로부터 직접 배당을 받지 못한다.

SK텔레콤을 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이 투자회사가 SK(주)와 합병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현재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SK(주)+SK텔레콤홀딩스→SK텔레콤(사업회사)·SK하이닉스로 바뀌면서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가 아니라 자회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사장의 이날 발언으로 SK텔레콤 분할설은 당분간 힘을 잃게 됐다.

한편 SK(주),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이날 주총에서 각사 CEO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장 사장과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SK(주) 등기이사),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스톡옵션을 받았다. SK그룹은 책임 경영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15년 만에 스톡옵션 제도를 부활시켰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