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주식시장에서 '상향등'을 켰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맏형이 뛰어오르면서 부품·물류 등 그룹주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불어온 훈풍과 유가 반전, 지배구조 이슈와 신차 효과 등이 현대차에 몰린 '겹호재'로 분석되고 있다.

21일 오전 10시13분 현재 현대차는 전날보다 5.11% 오른 16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6만5000원(5.43%)까지 오르기도 했다. 52주(1년) 최고가와 연중 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웠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서 날마다 상승하고 있다. 지난 8일 이후로는 단 하루도 하락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이끌고 있다. 외국인은 8일부터 전날까지 매일 '사자'를 외치고 있다. 이 덕분에 외국인의 현대차 보유비중은 연초 43.50%에서 45.53%로 눈에 띄게 불어났다.

현대차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오랜 만에 탈환했다.

'맏형' 현대차가 뛰면서 그룹주는 물론 우선주까지 강세다. 같은 시간 현대차우현대차2우B는 각각 5.005와 4.83%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내고 있고 현대위아현대글로비스는 각각 4.70%와 4.36% 오른 7만1300원과 15만5500원을 기록 중이다.

현대모비스기아차 역시 전날보다 3.46%와 3.38% 상승한 25만4500원과 3만8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차에 매수세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는 올해 무엇보다 신차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에서 5년 만에 신차가 추가되는데 이는 시장 수요 회복과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은 시장 수요 급락으로 20만대 생산 능력에 머물러 있었으나 이번 라인업 확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30만~40만대 성장 궤도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평균으로 국제유가가 4년 만에 상승 반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해는 수출 판매의 상승 반전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유가 약세는 신흥국 수출 수요 둔화와 이에 따른 가동률 부담, 재고 누적 등이 완성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지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7일 현대차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제철로부터 1년간 각각 50억원과 89억5000만원의 브랜드 로열티 수취 계약을 맺었다"며 "금액은 아주 미미하지만 그룹 내 브랜드 소유권이 어느 회사에 있는지 확인시켜 준 일"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지주회사 전환 시 브랜드 로열티 수취 근거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4년간 동반실적 부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한국의 경제민주화 요구 강화 등으로 사업구조 및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현
대차 그룹이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큰 구조변화를 단행할 것으로 보는데 가장 합리적인 시나리오로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의 인적분할 및 투자사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서 주가 상승률이 높을 수 있는 곳이 현대차와 모비스인데 이들 주가가 올라야 최종 지주사에 대한 그룹 지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게 임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재일 연구원은 나아가 '트럼프 행정부'가 보내준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했다. 그는 "지난 16일 트럼프 행정부가 EPA(Energy Protection Agency)의 예산을 31%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규제 축소'라는 측면에서 완성차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EPA는 미국의 환경과 관련된 법안의 입법, 행정,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다. 2010년부터 NHTSA(도로교통국)과 함께 자동차 연비 기준을 제정해 온 곳이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