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플랫폼 강화로 AI 사업 시너지 노려
LG유플러스는 15일 KT의 자회사 KT뮤직에 267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LG유플러스는 KT뮤직의 지분 15%(7379주)를 인수해 최대주주 KT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KT뮤직 이사회 총 9석 중 1석도 확보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2·3위인 양사간 지분투자는 흔치 않은 모델이다. 특히 국내 이통 업계는 3사가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가 더욱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해 11월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NB(협대역)-IoT' 기술 상용화 관련 협력 관계를 맺은 적은 있지만 지분투자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음원 서비스는 통신사와 연계돼 제공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KT 음악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의 과감한 투자에 대해 "LG유플러스가 AI 사업에서 KT뮤직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KT뮤직은 국내 음원시장 점유율 2위 음원 서비스 '지니'를 운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 하반기부터 AI 관련 기기와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지분투자로 LG유플러스가 향후 선보일 음성인식 스피커 등 AI 기기에 손쉽게 음원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을 전망다.
업계는 음성인식 기반인 초기 AI 기기들이 일상에서 쉽게 파고들 수 있는 분야가 음악인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앞서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인 '누구'와 '기가지니'를 각각 출시했다. 이들 제품은 음원 서비스 '멜론', 지니와 각각 연동된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사업 진척은 더디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에는 AI 사업을 위해 미국, 이스라엘 등 해외 벤처기업 두 곳에 지분투자를 확정했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AI서비스 사업부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실제로 AI는 권 부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핵심 신사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권 부회장은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등은 국내 그 어떤 산업보다도 크게 성장해 해외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의 공격적 투자엔 '선택과 집중'이라는 권 부회장의 경영 철학도 반영됐다. 평소 그는 남들보다 잘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1등을 하자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권 부회장은 이달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통사들은 쓸 데 없는 곳에 투자를 많이 한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타율을 높이는 데서 성패가 갈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