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연구진 5G 서비스·장비 개발 열중
가상공간 직접 들어가는 'VR 웍스루' 공개
바깥 바람은 매서웠지만 리조트 내 '평창 5G 센터'는 겉옷을 벗어야 할 만큼 후텁지근했다. 센터 안은 직원들의 연구열과 통신 장비에서 나오는 열기가 뒤섞여 공기가 후끈했다.
센터 한 쪽에서는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인텔과 노키아 연구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KT가 만든 '평창 5G' 규격 기반의 장비들을 서로 연동시키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평창 5G 센터는 KT의 5G 시범 서비스를 연구하는 현장 연구개발(R&D) 센터로 지난 11월 개관했다. 이곳에서 KT는 글로벌 협력사들과 함께 5G 관련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장비를 검증하고 있다. KT는 평창 5G 센터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원하는 경기·선수 골라보는 '나만의 올림픽'
이날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된 평창 5G 센터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여질 5G 기반 실감 서비스를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VR)과 타임슬라이스 등 실감 서비스는 기기간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데이터량이 매우 크다. 때문에 서비스가 끊김없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려면 5G 네트워크와 기술이 필수다,
KT의 '옴니 포인트뷰' 서비스를 이용하면 평창 일대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경기 중 원하는 종목을, 원하는 선수만 따라가면서 시청할 수 있다. KT는 이 서비스를 지난달 열린 크로스컨트리 경기에 적용해 실전 테스트를 마쳤다.
이를 위해 50g 무게의 GPS칩을 크로스컨트리 선수 몸에 부착하고 경기장 곳곳에 5G 통신모듈을 연결한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용자들은 모바일 기기에서 옴니뷰 앱(응용프로그램)을 켜 실시간으로 선수의 위치와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카메라를 선택해 원하는 트랙 지점을 볼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범용성을 위해 5G는 물론 롱텀에볼루션(LTE) 환경에서도 구현되도록 만들어졌다. KT 관계자는 "옴니뷰 앱을 다운로드 받으면 국내외 어디서든 '나만의 올림픽'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5G 센터 근처에 위치한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는 봅슬레이 경기에 '싱크뷰'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기술은 선수들의 1인칭 시점 경기 영상을 TV와 모바일로 실시간 전송하기 때문에 보다 실감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LTE 기반의 싱크뷰 기술을 처음 시연한 데 이어 현재 이 서비스의 화질을 4K 초고화질(UHD)급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슬라이딩센터에서 5G 기반 싱크뷰 기술을 구현해 서비스 안정성과 질을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고 만지는 VR…국내 최초 KT가 시연
KT는 이날 국내 최초로 차세대 VR 서비스인 'VR 웍스루'도 공개했다. 한 자리에서 360도로 보기만 하던 기존 VR 서비스와 달리 VR 웍스루는 이용자가 가상현실 안에 직접 들어가 움직이는 것은 물론 사물도 만질 수 있다.
그동안 국내에도 VR웍스루처럼 VR과 3D 체험존을 합친 서비스는 있었지만, 센서와 장비들이 유선으로 연결돼 체험이 제한적이었다. 무선의 5G를 기반으로 하는 VR 웍스루는 보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체험이 가능했다.
KT는 이 기술을 성화 봉송 콘셉트로 제작한 체험존에서 시연했다. 트래킹 센서를 손과 발, VR 헤드셋에 착용하고 체험존 안에 들어가니 눈 앞에 성화봉송 현장이 펼쳐졌다. 성화를 들고 한 발씩 내딛어보니 성화 주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키점프를 하고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체험은 실제처럼 생생했다.
KT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강원도와 서울 주요 지역에 VR 웍스루와 같은 5G 기반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할 예정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 사장은 "그동안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동계 올림픽 종목도 5G 기반 실감 서비스를 이용하면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