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토론회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니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 발전을 위한 역할이 남아있다는 주장이 대립했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강원대 경제학과 교수)이 좌장을 맡고,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전경련이 과거에도 여러 번 혁신을 약속했지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정말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자발적으로 해체를 선언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완전히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전경련의 50년 역사가 정경유착"이라며 "자본이 없고 압축성장을 하던 시기에 필요했던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경유착의 근본적 원천이 어디 있는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정경유착은 정부 권력이 너무 과대하기 때문이며 그게 사라지지 않는 한 단순히 전경련이 없어진다고 정경유착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의 반 기업, 반 시장경제 정서가 강하지만 그나마 이 정도인 것은 전경련이 여러 가지 교육·홍보 활동을 통해 시장경제의 장점을 인식시켰기 때문"이라며 "이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전경련 해체로 정경유착이 해소 안 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해체가 큰 방향의 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며 기업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전경련은 그동안 수많은 정경유착 사건에도 치외법권에 있었다"며 "이번 기회에 검찰이 전경련을 제대로 수사해 법적 책임을 묻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적인 판단에 기초해 전경련을 등록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경련이 없으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경제를 못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명칭을 이번에 바꾸는 것도 좋은 생각 같다"며 한국산업연맹과 한국산업연합을 새 이름으로 제안했다.
전경련은 토론회와 온라인 창구를 통해 접수한 국민 의견 등을 반영한 혁신안을 이른 시일 내 발표할 계획이다.
전경련 권태신 상근부회장은 "전경련은 3대 혁신방향을 세우고 환골탈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경유착 근절과 투명한 운영, 싱크탱크 기능 강화를 다짐했다.
권 부회장은 "부당한 외부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해 정경유착이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없도록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전경련 활동을 보다 상세히 공개해 오해와 일탈의 소지를 없애고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해 우리 경제 발전의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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