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들의 작품 ‘1번’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작곡을 막 시작하며 쓴 1번은 풋풋함을 머금고 있는 동시에 위대한 음악가의 탄생을 예고한다. 음악의 방향을 처음 설정하면서 느꼈을 모든 고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무려 20년 동안 고민을 거듭하며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을 정도다.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로서 첫 무대를 여는 티에리 피셔(60·사진)가 천재 음악가들의 ‘1번’ 작품만 선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피셔는 9일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 1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하이든 교향곡 1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와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피셔는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로서의 첫 번째 공연이란 상징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의미를 가진 1번 작품들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서울시향을 더 위대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위스 출신으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10년간 활동했다. 2009년 미국 유타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세계적 지휘자로 발돋움했다.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주로 정평이 나 있다. 서울시향과는 2013년 현대음악 축제 ‘아르스 노바’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9월 독일 출신인 마르쿠스 슈텐츠와 함께 수석객원지휘자로 선임됐다. 정명훈 전 상임지휘자 퇴임 이후 서울시향의 불안정한 지휘 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이다. 임기는 2019년 2월까지다.

그는 “서울시향과 함께 관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작품들을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공연의 연주 곡목도 그런 의미에서 선정했다. “하이든 1번은 교향곡의 창조자가 작곡한 최초의 ‘탄생 교향곡’입니다. 브람스 1번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 이후 (침체기를 겪던) 교향곡의 ‘부활’을 세상에 알린 위대한 작품이고요.”

그는 임기 동안 오케스트라의 균형 있는 발전에도 힘쓸 생각이다. “브람스 교향곡 1번 리허설을 했는데 서울시향의 현악 파트 결집력이 대단해요. 하지만 한 파트만이 아니라 모든 파트의 연계성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더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갈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