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법안 무산·'문자폭탄' 등에 격분…대선 도전에 무게
김종인 "탄핵 정국에 뭘하나" 선긋기에도 가능성 여전…문재인 측서도 '촉각'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혔으며, 직접 대선에 도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김 전 대표의 측근들이 전했다.

본인은 "탄핵 정국에 뭘 하겠느냐"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결행 가능성을 크게 점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전 대표가 다른 정치세력들과 손을 잡고서 '빅텐트'를 세우는 시나리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복수의 인사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을 떠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주에라도 탈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주변에 "이 당에는 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종종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례대표인 그는 또한 "내가 배지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다. 배지 달려고 이 당에 들어왔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특히 최근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소극적인 당의 태도를 보면서 다시 탈당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전날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렸지만 김 대표가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인 상법개정안은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통과가 불발됐다.

김 전 대표는 전날 일부 당내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법개정안 문제에 당이 적극 나서지 않는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고 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정치권에 제기된 경제민주화는 실체가 없고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도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문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개헌파 의원들에게 대량의 비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 폭탄'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탈당 임박설이 번지자 김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모든 것이 탄핵 정국에만 집중돼 있지 않나. 그 시기에 뭘 하겠나"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헌재의 탄핵 결정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정치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다 참고를 해야지 무슨 결심이든 할 것 아닌가"라며 여지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아울러 문 전 대표에 대해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내가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하면서,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해서도 "내가 특별히 좋게 평가하고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경선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김 전 대표가 안 지사를 지원하면서 당내에 남는 선택지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김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당분간은 3지대에 머무르면서 대선 출마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동반 탈당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함께 새로운 세력 형성을 추진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최측근 의원으로 꼽히는 최명길 의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의 동반탈당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최근 유승민 의원과 토론회를 하는 등 바른정당 의원들과 자주 접촉했다는 점에서 김 전 대표가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과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과도 회동을 계획했다가, 정 전 의장만 만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사그라지는 듯했던 '빅텐트'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측에서도 김 전 대표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 지도부에서 비대위원을 역임하고 최근 문 전 대표 캠프의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은 이용섭 전 의원이 이날 김 전 대표의 회관 사무실을 찾아오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다른 일 때문에 왔다가 인사를 드리러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 경선캠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탈당을 만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며 "다만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