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제’ 박인비가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 2라운드에서 티샷한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박인비는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 100%, 그린 적중률 89%를 기록하는 등 빼어난 샷감을 과시하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다. AFP연합뉴스
‘돌아온 여제’ 박인비가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 2라운드에서 티샷한 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박인비는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 100%, 그린 적중률 89%를 기록하는 등 빼어난 샷감을 과시하면서 단독 선두로 나섰다. AFP연합뉴스
‘골든슬래머’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이틀째 펄펄 날았다. 돌아온 골프 여제의 거침없는 비상이다.

8개월여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복귀한 박인비는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 탄종코스(파72·6683야드)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 2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더블보기 1개를 내줬지만 버디 7개를 쓸어담아 중간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미셸 위(28·미국), 허미정(28),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 등 공동 2위 그룹과는 1타 차다.

박인비가 단독 선두에 오른 것은 지난해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 3라운드 이후 처음이다. 올림픽 외에는 2015년 11월 LPGA투어 17번째 우승컵을 안겨준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1, 2라운드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박인비는 손가락과 허리 부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올림픽 금메달로 건재를 알렸다. 부상 이후 투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해 3월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의 공동 6위다.

첫날 버디 5개로 5언더파를 치며 기분좋게 출발한 박인비는 이날도 전반에만 5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까다로운 후반 12번홀(파4)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3번 우드로 2온을 노리다 왼쪽으로 감기면서 벙커 턱에 공이 박혀 버렸다. 세 번째 샷은 짧았고, 그린 둔덕을 맞히는 ‘범프 앤드 런(bump & run)’은 스핀이 걸리면서 홀컵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더블보기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14번홀에서 세컨드 샷을 홀컵 오른쪽 50㎝에 붙여 버디를 낚은 박인비는 18번홀에서 2m짜리 내리막 버디 퍼팅을 홀컵에 꽂아넣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박인비는 “바람과 까다로운 그린에 잘 적응하면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슈퍼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도 이틀째 신인답지 않은 정교한 샷 실력을 과시했다. 첫날 4언더파 공동 7위에 올라 기대감을 키운 박성현은 이날도 4타를 덜어내 8언더파 공동 5위로 전날보다 순위를 2단계 끌어올렸다.

박인비와 마찬가지로 더블보기가 발목을 잡는 듯했다. 2번홀에서 2타를 잃은 그는 그러나 이후 3번부터 6번홀까지 연속 네 홀 버디를 잡아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7번홀에서 보기 한 개를 내준 박성현은 후반에 버디 3개를 추가하며 산뜻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세영(24·미래에셋), 장하나(25·비씨카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나란히 7언더파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에 한국(계) 선수가 7명이나 된다. ‘K랠리’가 또다시 시작될 참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