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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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낮 서울 도심에 위치한 한 특급호텔 디저트 뷔페. 향긋하고 달콤한 딸기를 주 재료로 한 갖가지 디저트 메뉴에 젊은 여성 손님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독특한 비주얼에 입보다는 카메라가 먼저 음식을 삼킨다. 몇 번의 셔터 소리가 지나고 난 후 손님들의 SNS에는 디저트 뷔페 인증샷이 올라온다. 이렇게 올라온 인증샷은 또 다른 손님들을 이 호텔 뷔페로 불러온다.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인증샷' 열풍이 불면서 외식업계가 '사진발' 잘 받는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SNS에 공유된 잘 찍은 인증샷 한 장이 입소문을 타고 매출에도 영향을 주면서 외식업계도 메뉴 개발 시 시각적인 재미를 더해 젊은 여심을 공략한다.

◆ 폭탄피자·딸기 디저트 SNS서 입소문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는 '폭탄피자'라고 불리는 피자가 화제가 됐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더플레이스' 레스토랑에서 만든 피자로, 검은색 반구 모양의 뚜껑 도우에 불을 붙여 손님 앞에서 활활 태우는 게 인상적이다.

이 장면을 담은 모습이 SNS에 인증샷으로 퍼지면서 더플레이스를 찾는 손님이 늘었고 '폭탄피자' 매출도 껑충 뛰었다.

페이스북 등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해외 언론에서도 레스토랑에 취재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다.

CJ푸드빌 관계자는 "SNS에 올라온 폭탄피자나 불꽃 스테이크 사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며 "지난 연말 커플과 젊은 여성 손님에게 인기를 끈 만큼 이번 밸런타인데이에도 찾는 손님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CJ푸드빌 '더플레이스'가 폭탄피자에 이어 내놓은 폭탄크림파스타. 출처: 더플레이스 공식 페이스북>
<사진: CJ푸드빌 '더플레이스'가 폭탄피자에 이어 내놓은 폭탄크림파스타. 출처: 더플레이스 공식 페이스북>
쉐라톤디큐브시티 호텔 내에 위치한 디저트 뷔페 '로비라운지.바'도 SNS에서 유명하다. 이 뷔페에서 매해 초 주말마다 선보이는 딸기 디저트 메뉴는 화려한 비주얼과 뛰어난 맛에 젊은 여성 손님들의 필수 인증샷이 됐다.

잘 찍은 인증샷 한 장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딸기 디저트 뷔페를 찾는 손님들도 크게 늘었다. 호텔 측에 따르면 지난 달 이 뷔페를 찾은 손님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쉐라톤디큐브호텔 관계자는 "SNS에 인증샷으로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지면서 뷔페 방문자 수도 늘고 있다"며 "손님들이 올린 인증샷은 뷔페 매출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초대형 군만두 손님마다 인증샷 찰칵

손님이 찍은 인증샷이 매출로 연결되면서 외식업계는 메뉴 개발 시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등 시각적 효과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을 찍었을 때 얼마만큼 예쁘게 나오느냐가 메뉴 개발에 있어 중요 요소로 떠오른 셈이다.

더플레이스는 폭탄피자가 인증샷 덕을 보자 이를 면 요리인 파스타로 변형한 후속 메뉴 '폭탄 크림 파스타'를 내놨다.

CJ푸드빌의 또 다른 레스토랑 '빕스'에서도 손님 앞에서 화려한 불꽃쇼를 보여주는 '플람베 스테이크'를 출시했다.

아워홈은 중식 레스토랑 '싱카이'를 통해 초대형 크기 '수제왕군만두'를 선보였다. 만두 한 개당 평균 길이가 21센티미터로 일반적인 군만두 6개 정도 크기다.

이 만두를 보는 손님마다 신기해하며 인증샷을 찍어 올린 덕분에 '수제왕군만두'는 싱카이 레스토랑 대표 메뉴가 됐다.

아워홈 관계자는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신기하고 재미있는 비주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수시로 SNS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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