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영화 '스플릿'은 한국 개봉 때 '23 아이덴티티'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영화 '스플릿'은 한국 개봉 때 '23 아이덴티티'라는 이름으로 변경됐다.
영화에서 제목을 짓는 일은 중요하다.영화 흥행을 이끄는 마케팅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관계자들은 개봉 직전까지 '먹힐 만 한 제목'에 대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최근 해외 영화가 국내에 개봉할 경우 원제와는 다른 제목으로 개봉되는 일이 늘었다.

지난 2일 개봉한 SF영화 ‘컨택트’ 또한 한국 개봉 때 바뀐 케이스다. 이 영화의 원제는 ‘어라이벌(arrival)’이지만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접촉이라는 의미를 담아 '컨택트'로 변경했다.

개봉 후 관객들 중에는 1997년 개봉된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로 착각하기도 해 '잘 만든' 제목인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오는 22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23 아이덴티티'의 원제는 분열되다, 찢어지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스플릿(Split)'이다.

이는 영화의 ‘다중인격’ 소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원제이나 국내 관객들이 번역 없이 단번에 그 의미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수입사 측은 한국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국문 제목인 '23 아이덴티티'로 바꾼 것.

'23 아이덴티티'는 ‘케빈’이 지닌 23개 인격을 전면으로 내세워 카피 ‘24번째 인격, 절대 그를 불러내지 마라’와 긴밀하게 연결되는 제목으로 인격들간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증을 더하며 한국 관객들이 영화의 스토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컨택트', '23 아이덴티티' 외에도 두 편의 스릴러 영화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제목을 바꿔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4년 개봉한 '나를 찾아줘'는 사라진 여자를 뜻하는 원제 '곤 걸(Gone Girl)'에서 여 주인공의 자작극이라는 영화의 설정을 부각시키는 국내용 제목으로 영화에 대한 설득력을 더했다.

이에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 스릴러 장르라는 장벽에도 176만 관객을 기록하며 국내 흥행을 성공시켰다.

이어 2016년 '맨 인 더 다크'가 ‘숨 쉬지마’라는 뜻의 '돈트 브리드(Don't Breathe)'란 원제를 국내용으로 바꾸는 전략을 선택했다.

'맨 인 더 다크'는 영화 속 눈 먼 노인과 그의 집에 갇힌 10대 빈집털이범들의 스토리를 짚어주는 타이틀로 100만 명 이상의 국내 관객을 동원, 성공적인 한국판 제목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외화 스릴러 장르임에도 원제를 바꾸고 흥행에 성공한 '나를 찾아줘', '맨 인 더 다크'에 이어 '23 아이덴티티'가 2017년 원제를 바꾼 흥행 영화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2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