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병원 의료진 아웃소싱업체 팀헬스에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과 공동 인수 방식을 통해서다. 국민연금이 해외 대형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랙스톤은 지난해 말 61억달러(약 7조원·부채를 포함한 총 기업가치 기준)에 인수하기로 한 팀헬스 지분 100% 중 10%가량을 국민연금이 약 3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하고, 6일 주식매매계약(SPA) 및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이 팀헬스 경영진 및 이사회와 합의한 주당 43.5달러와 같은 가격 조건이다. 국민연금 외에 캐나다 퀘벡연금관리공단(CDPQ), 캐나다 공무원연금(PSP Investment)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스톤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국민연금 같은 대형 기관투자가에 펀드 출자와 별도로 공동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공동 투자에 참여하면 펀드 수수료를 내지 않고 바이아웃 투자의 차익을 지분율만큼 가져올 수 있다. 꾸준히 사모펀드에 출자한 ‘단골’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인 셈이다. 운용사로서는 규모가 큰 바이아웃 거래의 자금 부담 및 투자 위험을 출자자들과 나누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에도 캐나다연기금(CPP) 등과 함께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에는 지분 투자보다 위험이 작은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가진 증권) 투자 형태였다.
1979년 설립된 팀헬스는 미국 전역에 있는 중소형 병원에 응급, 마취, 외래, 입원 행정 등의 분야에 특화된 의료진 및 전문가를 파견해주는 업체다. 병원들은 각자 전문 분야 의사들만 직접 고용하고 일반적인 의료 서비스는 아웃소싱하는 개념이다. 팀헬스는 2만여명의 의료진과 전문가를 확보하고 미국 내 3300여개 병원 및 의료시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2015년 매출 약 36억달러에 영업이익 1억4956만달러를 올렸다. 2011년부터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에 달한다.
블랙스톤은 2005년 이 회사를 인수했다가 2009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같은 회사의 경영권을 두 번째 인수하는 셈이다. 팀헬스 주주들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블랙스톤의 인수 계획을 승인했다. 1분기 내에 거래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미국 의료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의료 서비스산업의 통합도 가속화되고 있어 연간 10%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대형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공동 투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호주 인프라 투자 전문 운용사인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가 호주 멜버른 항구를 97억호주달러(약 8조2000억원)에 인수할 때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중국투자공사(CIC) 등과 함께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