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연계 재테크 상품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달러를 활용한 예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아예 미국 주식 ‘직구(직접 구매)’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었다. 미국 금리 인상이 매년 세 차례씩 3년간 이뤄지면 달러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달러 상품 불패론’의 배경이었다.

◆“달러 투자, 4월까지 기다려라”

그랬던 투자업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에 사실상 ‘통화전쟁’을 선포하자 예전과 같은 ‘묻지마 달러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달러 상품 잔액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9월 2억6789만달러에 달했던 대신증권의 달러 RP 잔액은 지난달 2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말에는 차익 실현 매물, 올 들어서는 달러 약세 심화를 우려한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원 강세-달러 약세’ 흐름이 적어도 미국 재무부 환율조작국 관련 보고서가 나오는 4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원·달러 환율의 바닥은 지금보다 40원 정도 낮은 1100원 선이며 5월이 돼야 강세 전환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5월 이후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중국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바로 미국 수입품에 상계관세가 붙어 미국 내 물가가 올라간다”며 “이는 달러 강세와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국 정부가 실제로 꺼내 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시장 예측을 벗어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엔·달러 환율을 3년여 만에 달러당 238.5엔(1985년)에서 128.1엔(1989년)으로 끌어내린 ‘플라자 합의’와 같은 조치가 중국을 타깃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달러 가치가 급변하는 상황을 수익 실현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투자자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폭의 두 배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 대금은 최근 하루 평균 13억~15억원 선까지 늘었다. 지난해 9월까지 3억원을 밑돌던 상품이 트럼프 당선 이후 히트 상품으로 발돋움했다.

◆중국·일본 펀드 투자 조심

미국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공개 비판한 중국과 일본에 투자하는 상품은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을 포함해 총 7조8392억원(2일 기준)에 이른다.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18조4046억원)의 40% 이상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중국 주식형 펀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한 다음, 다시 위안화로 바꿔 중국 주식에 투자한다. 달러에 대해서는 환헤지(외환 위험 관리)를 하지만 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하지 않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의 가치 상승은 환율 측면에선 호재다. 환차익에 힘입어 투자한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폭 이상으로 펀드 기준가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기업 주가 측면에선 악재가 될 수 있다. 위안화 강세가 중국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이익 감소,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 팀장은 “달러화와 환율을 고정시킨 홍콩 달러를 사용하는 H지수(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 연계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펀드도 단기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엔화 가치와 일본 주가지수가 전통적으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압박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 수출기업의 실적이 감소하는 영향이다.

송형석/이현진/안상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