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31일 오후 4시14분

현대자동차 계열 상용차 전문 캐피털회사인 현대커머셜이 GE캐피탈의 현대카드 지분 19.01%를 사들인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부인이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차녀인 정명이 고문이 지분 50%를 보유한 회사다. GE캐피탈이 매각하는 지분 43% 중 나머지 23.99%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인수하기로 했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커머셜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은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주식 약 6900만주를 주당 9779원에 사들이는 주주 간 계약을 1일 맺기로 했다. 총 거래금액은 6747억원이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3766억원, 현대커머셜이 2981억원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GE캐피탈은 2005년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이며 현대자동차그룹과 맺은 합작 관계를 12년 만에 완전히 청산하게 됐다.

이번 거래로 현대커머셜의 현대카드 지분율은 종전 5.54%에서 24.55%로 높아진다. 지분 11.48%를 보유한 기아자동차를 제치고 2대 주주로 올라선다. 트럭, 건설기계 등 상용차 캐피털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커머셜은 현대자동차가 지분 50%, 정 고문이 33.33%, 정 부회장이 16.67% 보유하고 있다.

현대카드 최고경영자(CEO)인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 지분을 직접 갖고 있지 않다. 이번 거래를 통해 정 부회장 부부가 간접적으로나마 현대카드에 지배력을 높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사들이는 23.99%를 향후 현대커머셜이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로 구성됐다. 어피너티는 작년 8월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라 해외에서 카드업을 영위하지 않는 외국 법인은 카드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공동 투자할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 중 1250억원을 인수 금융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KB증권과 NH농협은행이 인수금융 주선을 맡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재무적투자자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4년 안에 기업공개(IPO)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best effort)을 다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가 성사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제한적 형태의 풋옵션(일정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회수를 완전히 보장하는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피너티컨소시엄이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현대카드의 브랜드 가치와 핀테크 분야 육성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창재/이지훈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