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온 서동메디칼 대표(사진)는 31일 안구건조증 치료기기 ‘누라아이’의 기본원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고글 형태의 누리아이 안쪽에는 지압봉이 달려있다. 눈 한쪽에만 지압봉 9개가 있다. 이중 8개는 동의보감이 말하는 8곳 혈자리를, 나머지 1개는 눈과 콧잔등 사이 눈물이 나오는 곳을 직접 짚어준다. 누리아이를 착용하고 전원을 켜면 10여분간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지압봉이 순차적으로 진동하며 눈 주위를 자극한다.
누리아이는 2011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구건조증 치료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국내 안과병원 300여곳이 누리아이로 안구건조증을 완화하고 치료한다.
서동메디칼은 무역업을 하던 김 대표가 1996년 설립한 회사다. 눈 주위 근육을 안마해 눈 건강을 지켜준다는 값싼 중국산 제품을 눈여겨보던 중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시장이나 학계에서 인정받는 아이 헬스케어 제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곧 기회라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동의보감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2000년부터 5년간 10억원을 투자해 누리아이를 개발했다. 2008년부터 국내 식약처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인증을 마쳤다. 2011년에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상장도 받았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혔다. 양방에서는 동의보감에 기술돼 있는 내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접 써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장에서는 반응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지만 누리아이에 대한 의학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 대표는 누리아이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하기로 결정했다. 임상을 진행하는데 10억원이 들었다. 연 매출이 10억원 안팎인 서동메디칼에겐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회사와 누리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었다. 임상시험의 결과는 영국 ‘안과학학술지(BJO)’ 2013년 10월호에 실렸다. 누리아이가 안구건조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에는 신의료기술 평가 인정도 받았다. 국내 안과 병원들이 누리아이를 찾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김 대표는 “누리아이는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인 안구건조증 치료 의료기기”라며 “올해부터 미국 등지로 수출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