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수 투어 6위…10~15m 칩샷이 '강력한 무기'
“쇼트게임의 천재다. 잠재력이 엄청나다.”(영국 BBC)

왕정훈(사진)에 대한 유럽 골프계의 평가가 뜨겁다. ‘한국의 저격수(South Korean sniper)’란 말까지 나온다.

비결은 쇼트게임이다. 지난 시즌 유러피언프로골프(EPGA)투어 통계를 보면 쇼트게임의 천재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137위(283.9야드), 드라이버 정확도는 72위(60.2%)다. 쇼트게임의 꽃인 퍼팅은 메이저급이다.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의 평균 퍼팅 수(1.729)는 투어 6위다. 차세대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722로 4위다. 공을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올리는 능력, 즉 GIR(greens in regulation)이 투어 하위권인 153위(63.5%)임을 감안하면 아이언이나 웨지샷보다 퍼팅으로 타수를 주로 줄인다는 얘기다.

왕정훈은 특히 프로들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2~5m 정도의 중단거리 파세이브에 강하다. 김종훈 프로(JTBC 해설위원)는 “왕정훈이 퍼팅을 하기 위해 어드레스하면 멀든 가깝든 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웬만하면 공이 뒷벽을 맞고 들어갈 정도로 강한 스트로크를 한다는 건 퍼팅에 자신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그린 근처에서 홀컵에 공을 붙이는 칩샷도 ‘월드클래스급’이라는 평가다. 혹독한 연습의 결과다.

왕정훈은 “드라이버 같은 롱게임 연습은 샷감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한다. 쇼트게임은 하루 5시간 이상씩 투자한다. 오래 해도 몸에 무리가 덜 가고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정훈이 칩샷이나 퍼팅을 할 때 다른 선수와 달리 등이 많이 굽는 것도 어린 시절 쇼트게임 연습을 오래 했기 때문이다. 왕정훈은 2주 정도의 올해 동계훈련을 주로 퍼팅과 어프로치 연습에 할애했다.

쉽게 칩샷을 하기 위해 웨지클럽을 가능한 한 짧게 잡는 것도 특징이다. 그립을 평소보다 10㎝가량 짧게 내려 잡는다. 컨트롤을 최대한 쉽게 하기 위해서다. 10~15m 안팎의 짧은 칩샷을 홀컵에 굴려 넣는 쇼트 칩샷에 좀 더 공을 들인다. 공 뒤를 살짝 쳐 1~2m 정도 띄운 뒤 굴러가게 하는 섬세한 기술이다. 왕정훈은 “바로 코앞에 공을 떨어뜨릴 수 있는 칩샷 연습을 하면 손감각이 예민해져 20~30m 정도의 굴리는 칩샷어프로치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