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 'SK렌터카' 워커힐 생중계(위에서부터), CJ오쇼핑 '오덕후의 밤', GS샵 '한샘의 날' 세빛섬 생중계.
현대홈쇼핑 'SK렌터카' 워커힐 생중계(위에서부터), CJ오쇼핑 '오덕후의 밤', GS샵 '한샘의 날' 세빛섬 생중계.
지난달 초 서울 반포동 세빛섬에는 1000㎡ 규모의 대형 무대가 만들어졌다. GS샵이 진행한 ‘한샘의 날’ 이원생중계 방송을 위해서였다. 실내 임시 스튜디오에는 주방과 욕실을 마련했고, 한강이 보이는 야외무대엔 경품으로 주는 수입자동차, 냉장고 등을 전시했다. 일반 홈쇼핑 방송의 세 배가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새로운 방송 형식에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오전 오후 각각 2시간씩 4시간에 걸쳐 방송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4000여세트, 약 150억원어치가 팔렸다. 렌털 등 상담 상품이 아니라 결제 상품으로는 GS샵 사상 최대 규모였다.

◆MD 못지않게 중요해진 PD

홈쇼핑 방송의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원생방송, 토크쇼 등 얼핏 보면 물건을 파는 것인지 TV쇼를 하는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프로그램 형식이 중요해진 것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현재 홈쇼핑 채널만 7개.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등을 포함하면 총 17개의 쇼핑 채널이 있다. 홈쇼핑은 여기저기 TV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 수많은 쇼핑 채널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독특한 형식의 프로그램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형식을 결정하는 것이 프로그램 담당 PD다. 최근 다양한 형식의 방송이 요구되면서 이를 결정하는 PD의 입김도 세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홈쇼핑 PD는 상품기획자(MD)가 중심이 돼 제품 편성표가 짜이면 그 프로그램을 맡아 연출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쇼호스트나 MD 등이 정해지기 전에 PD가 먼저 결정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PD가 정한 콘셉트에 맞는 쇼호스트, 출연자, 제목, 제품 등이 정해지는 것이다. 세빛섬 생방송도 시공제품 비수기인 한겨울에 기존 방식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 시공담당 PD 세 명이 모여 기획한 방송이었다.

◆PD 중심으로 프로그램 개편

PD가 중심이 된 프로그램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CJ오쇼핑은 작년 4월부터 ‘오덕후의 밤’이란 방송을 하고 있다. 스튜디오에 한정판 피규어를 설치하고 드론을 날리기도 한다. 배진한 CJ오쇼핑 방송콘텐츠기획팀 PD는 “홈쇼핑에서 저런 것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방송을 하고 있다”며 “방송을 기다리는 마니아가 생길 정도로,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과 비교해 두 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작년 8월 SK렌터카 방송을 서울 광장동에 있는 워커힐 애스톤하우스에서 야외 이원생방송으로 했다. 이 방송의 렌털 계약 건수는 일반 형식으로 한 이전 방송보다 34.1% 증가했다.

GS샵은 PD가 중심이 되는 브랜드 프로그램을 늘리기 위해 이달 말 편성을 바꿀 계획이다. 더컬렉션, 쇼미더트렌드 등과 같은 기존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새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윤선미 GS샵 영상영업담당 본부장은 “PD의 역할이 큰 브랜드 프로그램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