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금리인상 우려…투자 신중론도 고개 들어
다우지수는 지난해 11월8일 미국 대선일 이래 1736포인트(9.47%) 급등했다. 11월22일 19,000선을 넘어선 뒤 42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 더 점프해 20,000선을 돌파했다. 1999년 5월 10,000에서 11,000으로 올라서는 데 걸린 24거래일 이후 두 번째로 빠른 속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부양책을 공약대로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을 주가 급등의 주된 요인으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규모 송유관 건설공사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한 미국 자동차 ‘빅3’의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으로 불러 “규제를 확 풀겠으니 미국에 투자하라”고 독려했다.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제조업 경기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커져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부추겼다.
투자은행인 베어드앤코의 브루스 비틀스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감세 등 기업 친화적인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4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날 S&P500지수도 0.80% 상승한 2298.37로, 나스닥지수 역시 0.99% 오른 5656.34로 각각 마감하며 연이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2014년 7월 이후 최저치인 10.81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의 낙관심리를 반영했다.
‘트럼프 랠리’는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도 끌어올렸다. 이날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600지수는 1.3% 급등한 366.59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26일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각각 1% 넘게 올랐다.
다우지수의 신기록을 이끈 일등공신은 골드만삭스였다. 지난해 대선 이후 25일까지 다우지수 상승분(1736포인트) 중 골드만삭스가 3분의 1인 379포인트를 기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이 기간 골드만삭스 주가는 30.4% 폭등했다.
미국 언론들은 골드만삭스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를 비롯한 여섯 명의 자사 출신을 백악관과 내각에 포진시키며 트럼프 정부를 사실상 접수한 데 이어 증시 상승세까지 주도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다음으로는 보잉과 IBM, JP모간체이스, 디즈니, 캐터필러, 홈디포 등 금융과 제조, 내수 기업 주가가 신기록 작성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뉴욕증시가 랠리를 이어갈지 여부를 놓고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국적 회계컨설팅회사인 PwC의 존 스태드틀러 미국 금융서비스 산업대표는 “트럼프 정부가 공약 일부를 실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지수가 오름세를 유지하면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미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평가와 함께 달러화 강세, 기준금리 인상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퍼스트스탠더드 파이낸셜의 피터 카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규제 완화 측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지만 다른 정책들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0.35% 하락한 99.88까지 밀리며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2개월여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