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이 씨에게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이마트 PB제품인 피코크 고기동그랑땡은 700g에 계란 한 판 값도 안 되는 6980원. 이 씨는 카트에 넣었던 계란과 다짐육을 제자리에 돌려놨다. 올해 차례상은 이걸로 차려볼까.
가정간편식으로 설 차례상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연초부터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지난해 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신선식품의 가격이 작년보다 올랐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계란 가격은 작년 대비 97.4%로 가장 많이 올랐다. 조기(36%), 단감(19.5%), 밤(19%) 등도 가격이 뛰었다.
이에 지난해 설 보다 설 차례상 비용은 더 늘었다. 같은 설 차례상을 차린다고 가정했을 때 1만2995원을 더 써야 한다. 올해 가계 평균(4인 기준) 설 차례 비용은 23만6982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정간편식은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예전에 비해 품질은 향상되고 가격은 낮아지는 추세다. 설 차례상을 100%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이용한다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떡국부터 동그랑땡까지 HMR로
설 대표 음식 떡국은 사골곰탕 육수를 이용하면 간편하다. 아워홈은 '정성가득 사골곰탕'과 '손수 맛있는 우리쌀 떡국 떡'을 합친 떡국요리 세트를 선보였다. '떡국요리+장조림 세트', '떡국요리+장조림+김치세트'도 내놨다. 세트 가격은 1만4200원부터다.
고기 종류로는 한식뷔페 풀잎채에서 판매하는 '멍석말이 돈구이'가 있다. 연잎으로 72시간 숙성된 양념이 돼 있는 제품으로 프라이팬에 굽기만 하면 완성된다. 750g 1팩 가격은 8900원이다.
풀잎채엔 '산들나들 세트'도 있다. 들기름, 간마늘, 들깨가루 등 기본양념이 돼 있다. 해동 후 간편하게 볶기만 하면 차례상에 올릴 수 있다. 1팩(250g)당 4500원으로 4종세트는1만6000원이다.
동그랑땡·완자·전류는 전통적인 가정간편식 시장의 강자다.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이마트 피코크는 설 명절을 위해 동태전, 오색꼬지전, 모듬전을 준비했다. 오색꼬지전, 동태전 등이 들어간 모듬전(470g)은 7000원대다.
가정간편식과 소포장 제품들로 차례상을 구성하면 10만원 미만으로 상을 차릴 수 있다. 나물, 고기, 떡국과 모듬전은 4만3100원, 사과(5개), 배(3개), 단감(10개)에 평균 2만4719원이 들어간다.
약과(10개)와 한과 1봉지의 가격은 1만295원이다. 총 7만8114원으로 차례상이 완성되는 셈이다. HMR 상품이 기본 2인용인 걸 감안하면 넉넉잡아 4인용으로 계산해도 12만1214원이다.
이는 올해 가계 평균 설 차례 비용(23만6982원)과 비교해 11만5768원 저렴하다.
소용량 위주의 구매로 명절 후 남는 음식에 대한 걱정도 줄일 수 있다.
가정간편식으로 설 차례상을 차리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관련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G마켓은 올해 설 시즌(9~22일) 가정식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즉석탕과 찌개류는 87% 급증했고 동그랑땡·완자·전류는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설 차례상용 피코크 제품의 판매가 40% 뛰었고 아워홈은 떡국과 사골곰탕 세트 판매가 10배 늘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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