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아버지는 그에게 아무 말 없이 집 문서를 내밀며 '믿는다'고 했다. 책임감에 망설이던 청년은 영업직 채용 공고를 보고 다짐했다. 회사를 나오기 전 많은 사람을 만나 경험을 쌓기로.
영업직에 첫발을 내딛은지 8년 뒤, 방황하던 서른살 청년은 판매왕에 올라 12년째 정상을 지켰다. 정송주 기아차 망우지점 영업부장(48·사진)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혼자서 403대를 판매했다. 입사 후 누적 판매량은 4783대. 매년 평균 215대 가량을 판 것이다.
정 부장은 12년 연속 연간 최대 판매 기록을 이어간 비결로 '사람'을 꼽았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낚시점과 여러 산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영업에 뛰어든 1999년은 외환위기 여파로 경기가 어려웠어요. 지점에 손님이 발걸음을 하지 않을 뿐더러 차를 판다는 게 엄두가 안났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있습니까. 우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는 가장 먼저 등산가방을 맸다. 산은 외환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었다. 뒤이어 식당과 낚시점 등을 가리지 않고 분주하게 다니며 사람을 만났다.
"그때는 만난 분들에게 당장 장사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사람이 평생 어렵기만 하겠습니까. 공감대를 형성하다 보니 자연스레 차를 팔 수 있었어요. 차가 필요한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또 등산지와 낚시점을 다니는 분들은 지인과 인맥이 많은 편입니다."
정 부장은 사람 다음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여년 가까지 지난 지금도 매일 오전 8시에 사무실에 나와 밤 11시가 되서야 침대에 눕는다.
"항상 공부하는 습관이 판매와 직결됩니다. 시기별로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렌터카와 일반 구매 등 잘 팔리는 흐름이 있어요. 여기에 정부 과세정책, 산업군별 업황을 살펴보면 입체적인 판매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을 단순하고 폭넓게 만나기보다 시장 흐름과 업황을 분석해 고객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각 판매 차량 모델별로 전문가 만큼 자세하게 공부할 것을 당부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는 분께 차를 판 적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는 것이 많아 깐깐하시고 응대에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러나 평소 자세하게 공부한 덕분에 날카롭고 전문적인 지식에 답할 수 있었죠. 영업 사원이 깊이있는 정보를 알고있으니 놀라시더군요. 그 분은 이후 제게 7분을 더 소개해 주셨습니다."
공부와 노력으로 다져진 신뢰는 고객들의 재구매로 이어지면서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지금까지 한 번 찾아온 손님들 가운데 약 70%는 그를 다시 찾아와 차를 산다.
물론 차를 한 대도 팔지 못하는 날이 있었다. 그는 이럴 때 일수록 판매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회사 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의 간단한 구매 정보를 파악해 연락을 하며 관계를 다진다.
"많은 분들이 저를 찾아와 물어봅니다, 자신은 왜 노력하는데 안되는지 말이죠. 그럼 저는 딱 한 가지만 묻습니다. 고객 응대 후 무엇을 하는지요. 그러면 대부분 휴식을 취한다고 말씀하세요. 저는 고객이 가시면 내준 숙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떤 조건, 금융 프로그램이 유효한지 물어보신걸 정리해 드리죠. 공부와 성실함, 두 가지는 아무것도 이길 수 없습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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